도민이 행복한 길
도민이 행복한 길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12.23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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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지난주에 ‘함께하는 충북’ 도민확산 방향 모색 토론회라는 낯설고 긴 이름의 토론회가 열렸다. “함께하는 충북” 운동은 충북도내의 모든 지역, 세대, 계층이 소통하고 융합하여 하나 된 충북을 실현하자는 것이며, 이시종지사가 민선 5기부터 추진해온 주요공약사업으로 도정의 최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격이나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내용이 무얼까 하는 궁금증이 발동하여 찾아간 토론회였는데 뜻하지 않게 2편의 좋은 주제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함께하는 충북’이라는 운동의 수단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행복한 도민’이라는 목표에 방점을 두고 운동을 추진하고 확산시켜 나가자는 서원대 김규철 교수의 발표였고, 두 번째는 충북과 충북인의 정체성을 분석한 청주MBC 설경철 프로듀서의 발표였다. 대부분의 토론회 발제가 학문적 형식에 치우쳐 청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데 이번 토론회는 예외였다. 두 사람의 발표는 그 내용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청중들에게 재미를 주어 관심을 유발하는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발제였다. 그리고 도내 북부와 남부, 중부지역을 대표해서 나온 토론자들도 지역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낙후성을 토로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동안 충북도와 도내 시민단체들은 수도권 집중화를 비판하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집중화 완화정책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수도권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40%와 경제력 70%가 집중되어 나라가 고루 잘 살지 못한다는 논리인데, 충북도는 청주권에 충북 인구의 50%와 경제력의 75%가 집중되어 있어 수도권 집중화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다. 이러한 청주권의 집중화를 해소하여 충북도민이 어디에 살든지 경제적, 문화적 혜택을 똑같이 누리게 하는 것이 ‘함께하는 충북’의 최종 목표일 것이다. 

토론회를 들으면서 이시종 지사가 ‘함께하는 충북’ 운동을 도정의 최고 목표로 세우는 당위성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토론회장은 공허했다. 토론회의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고 집행해야할 도청의 국장급을 비롯한 간부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토론회 자료집에 붙어있는 ‘2014 함께하는 충북 운동 중점과제 추진상황’을 보면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10가지 테마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지역의 실정에 맞는 사업이라기보다는 하나같이 도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이나 행정력을 지원해주는 획일화된 베풀기 사업이었다. 

특히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항목에는 도로, 철도 건설과 같은 토목사업과 경제지원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도정을 집행하는 도청의 간부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토론회를 들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겐 토론회도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함께. 

김규철 교수의 ‘행복한 도민’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발제가 여운으로 남았다. 경제발전이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과 수도권이나 청주권의 집중을 균형 있게 분산 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은 이미 알고 있다. 지역 간 균형발전의 목표를 경제의 문제에서 찾기 보다는 우선 지역 주민들 간의 행복감,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에서 찾는다면 훨씬 수월하고 의미도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의 행복은 일방적인 정책에 의해 물질적인 혜택이 조금 더 돌아온다고 해서 결코 높아지지 않는다. 

소박하지만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행복지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이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도록 해주는 방법의 하나가 주민참여 예산제일 것이다. 획일화된 지원이나 발전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성과 환경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결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주민참여 예산제야말로 ‘행복한 도민’ 만들기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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