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직문화에 대해
공무원 퇴직문화에 대해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4.12.22 18:2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이맘때가 되면 관가는 12월 말 정기인사로 술렁인다. 

공직을 떠나야 하는 정년기달자와 명예퇴직자가 확정돼 인사의 윤곽이 들어나기 때문이다. 

떠날 자들은 짐을 싸며 회한에 젖는데, 남은 자들은 그들의 빈자리를 꿰차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인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승진과 영전을 꿈꾸는 자들은 많고, 한 번 밀리면 다음에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참새들은 이번에 누가 승진하고 누가 요직을 차지할 건지 입방아를 찧으며, 내심 자신들의 유·불리를 저울질하기도 한다. 

공직은 그렇게 상?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물갈이가 되고, 새 피가 수혈되어 유지되고 발전된다. 

아무튼 공직에 청춘을 불살랐던 정부미들이 어느새 초로(初老)의 일반미가 되어 일터를 떠나고, 뒤를 잇는 정부미들도 때가 되면 일반미가 되어 공직을 떠날 것이다. 

문제는 공직사회 은퇴문화이다.

정년퇴직이 귀했던 7-80년대에는 도·시군 회의실에서 후배 공무원들과의 석별의 정을 나누는 훈훈하고 영예로운 퇴임식을 했는데,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이 보편화 되면서 퇴임식이 간소화 되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지난 12월 8일 충남 공주시의회 이종운 의원이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런 공무원 퇴임식 대해 소신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언론에 보도된 이종운 의원의 주장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공주시는 시를 위해 헌신하다 퇴임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퇴임식을 부활 시켜라.

둘째, 퇴직하는 공직자는 공주시의 귀중한 인재이며 자산이니, 관련부서는 정년퇴직자와 명예퇴직자를 파악해서 1~2년 전부터 이들의 이력과 경력·공적·사진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해 책으로 만들어 드려라.

이렇게 하면 퇴직하는 분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귀중한 선물이 되고, 시 또한 시정자료나 사료로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셋째, 시의회 차원에서도 평생을 천직으로 몸담아온 정년퇴직과 명예퇴직 직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의장명의의 공로패에 담아드리자. 

이종운 의원의 이런 주장은 공무원연금 문제로 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작금의 상황에서 나온 터라, 공직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퇴직자들의 경력·공적·사진 등을 책자로 만들어 주자는 제안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니, 각급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노조는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기관별로 퇴직하는 직원들의 경력과 공적 그리고 재직 중 주요활동 사진 등을 수록한 공직 일대기를 만들어 증정하고, 이를 시정 자료실이나 사료실에 비치해 활용하면 그 자체가 지역의 역사가 되고 공직의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후배공무원들도 자신들의 공직 흔적도 그렇게 남을 것이므로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멸사봉공할 것인즉, 그리했으면 좋겠다.

운동선수들도 10여 년 현역으로 뛰다가 은퇴하면 소속팀에서 은퇴식이나 은퇴이벤트를 열어 주는데, 30년 이상을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다가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들에게 조직과 후배들이 헹가래치고 박수쳐 주는 미풍양속은 전승되어야 한다. 

단순히 의례적인 축사와 기념촬영만하고 끝내는 자치단체장들의 생색내기용 퇴임식이 아니라, 퇴임자와 후배들이 자부심과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퇴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8일 후면 공직을 떠날 이 땅의 공무원들에게 수고했다는 헌사를 보낸다. 공직을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하고, 보내고 남는 이들의 환송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운 은퇴문화는 성숙한 사회 표상이다. 공직도 그렇게 진화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lbc 2014-12-31 18:54:53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일반 기업은 이메일로 해고 통지서가 날아온다. 청춘을 불살랐건 안살랐건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