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4)-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4)-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4.12.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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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스물네 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13장에 나오는 동산 양개 선사(洞山 良价 禪師)가 크게 깨달은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동산 양개 선사가 운암 화상에게 묻기를 “백년 후에 문득 어떤 사람이 ‘운암 스님의 모습을 그려서 얻을 수 있느냐?’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됩니까?”

운암 화상이 말하길 “다만 이것이니라.” 양개 화상이 머뭇거리며 생각하니 운암 화상이 “이런 일은 크게 모름지기 자세하게 알아야 될 것이니라.”고 말한다.

양개 화상은 오히려 운암 화상 말이 의심이 있었는데 그후 물을 건너다가 그림자를 보고 앞에서 운암 스님이 말씀하신 그 뜻을 크게 깨달아서 이에 게송을 하셨다.

간절히 딴 데서 찾지 말 것이니/ 그러면 멀고멀어서 나와 소원(疏遠)하네./

내가 지금 혼자 스스로 감에/ 곳곳마다 저를 만나게 된다.// 저것이 지금 나이고/ 나는 지금 바로 저것 아니네. /모름지기 이렇게 알아야만/ 비로소 여여(與與)한 도리에 부합하리라.

조사들의 초상화를 모신 곳을 眞影閣(진영각)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진영이라고 하지 않고 사진이라고 하는데 사진, 초상화, 진영이 다 같은 것이다.

아무리 초상화를 잘 그려도 그대로 나타나기는 사진만 못하다. 그러니 그 사람 모습같이 잘 그린다는 것은 대단한 재주이다. 그것도 타고나야 된다.

사진을 그대로 본뜨듯이 그린 것을 貌得(모득)이라고 한단다. 이는 초상화를 말한 것이다. 

중봉 선사의 어록에 이렇게 나온다고 한다. 6조 혜능 대사 이후에 5종파가 벌어졌는데 오종가풍이 다 다르다. 임제종의 가풍은 법을 쓰는 것이 시원시원하고 통쾌하며 조동종 동산 양개 화상 쪽은 세밀하다. 운문종은 고고하고 위앙종은 근엄하고 법안종은 간명하게 법을 쓴다.

동산 양개 화상이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깨달은 것도 “백년 후에 스님의 진영을 그릴 수가 있습니까? 하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하고 물은 것과 연관성이 있다. 물속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나 진영이 같은 것이다.

즉 타인으로부터 찾는 것을 꺼린다는 것은 밖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안으로 깨달아야 되지 밖에서 다른 것으로부터 찾으려고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서산대사는 본인 초상화에 대해 이렇게 찬(撰)을 썼다고 한다. 

팔십년 전에는 저것이 바로 나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저것이라.

이는 죽기 전에는 초상화가 나인데 80년 후에는 서산은 온데간데없고 초상화가 서산을 대표하니까 내가 바로 저것이라는 것이다. 동산 양개 화상이 말한 “백년 후에 문득 어떤 사람이 묻기를 ‘운암 스님의 모습을 그려서 얻을 수 있느냐?’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됩니까?”와 크게 비견되지 않는가.

삶은 착각하고 살수록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함이 있는 것 같다. 

지난달 16일 우리나라 치킨업계의 거물 김홍석 회장님은 나폴레옹 모자를 약 26억원에 낙찰받았다고 한다. 그는 IMF 등 여러 번 사업에 실패를 겪었는데 시련이 생길 때마다 나폴레옹이 힘이 됐다고 한다. “나는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도전 정신’을 샀다. 내 생활신조가 ‘끝없는 도전’”이라고 했단다. 이것은 내년이 나폴레옹 최후의 전투인 워털루 전쟁 200주년이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도 있겠다. 이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정녕 어떻게 다른 것일는지. 그러니 몇 십년 후 나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으면 하는데 그것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에 맞는 화두를 곰곰이 생각해 봄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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