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
아름다운 기부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2.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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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살아가면서 기부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구세군 냄비에 1억원이라는 거액의 수표를 몇년째 넣은 신월동 주민이라는 분의 뉴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1억원이라는 금액도 놀랍지만 자신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쾌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아름다운 기부 소식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잘살고 있는 것인지, 물질적 풍요에만 집착해서 결국 사랑도, 신뢰도 사라진 도시에서 인간미 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개인의 노력으로 돈을 벌고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만들어졌고, 사회 구성원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영업자가 고생해서 돈을 벌었다면 그것은 스스로 노력도 중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게 보여주듯이 우리나라 재벌들은 자신들의 부가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 일자리창출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고 지원했던 배경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사랑의 열매는 올해 기부 목표액이 3268억원이라고 한다. 첫번째 기부자는 현대차그룹으로 250억을 맡겼고 두번째 기부자는 엘지그룹으로 120억을 맡겼다고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기탁에 참여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더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은 신월동 1억원 기탁자의 선행 소식이다.

개인이든, 소상공인이든, 대기업이든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초인종을 눌러 집집이 찾아다니는 통장님들의 노력이 없이도 연말 기부 목표액이 넘쳐 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국민에게 기부라는 이름으로 책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기부 소식이 있다. 산남동의 한 협동조합에서 제주도 감귤을 공동구매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이 귤 40상자를 주문했다. 이 주민은 귤을 익명으로 좋은데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이 협동조합에서는 산남동 관내 마을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기로 하고 산남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아파트협의회에 경로당 기부를 부탁했다. 한 경로당에 2상자씩 친환경 귤을 나누어 드린 것이다.

이 협동조합은 1차 기부의 마음을 이어가고자 2차 친환경 감귤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1+1 기부 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본인 귤 하나 주문할 때 기부할 귤을 하나 더 주문하는 것이다. 두번째 기부는 인근마을 영구임대아파트 독거노인 150세대와 소년소녀가장 5세대 등 180세대에게 1상자씩 기부를 목표로 귤 나눔 활동이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이 소식을 듣고 시작 3일만에 120상자의 귤 기부가 진행됐다. 겨울철 추워지는 날씨에 난방 걱정을 하시는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 귤이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지는 않을까?

자발적인 아름다운 기부는 또 다른 기부를 만들어 낸다. 돈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기부할 수 있다. 재능을 나누는 기부에서 미리내 운동처럼 한그릇 밥값을 먼저 내는 기부까지 다양할 수 있다.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자발적 나눔을 실천하는 국민이 늘어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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