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살처분 전액국비로 해야
구제역살처분 전액국비로 해야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4.12.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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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시·군 공무원들이 맞닥뜨리기 싫은 일 두 가지를 든다면 단연 구제역과 산불이다. 

구제역(FMD)이란 소나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전염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주요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는 구제역은 보통 1~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가축의 입술과 잇몸, 구강, 혀 등에 물집이 형성되다가 최종 폐사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러므로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축산농가는 초토화되고, 공무원들은 초비상이 걸린다. 

엄동설한에도 진입로마다 차단막을 설치해 방역소독을 해야 하고, 자식처럼 정성들여 키운 생때같은 가축들을 살처분 해야 한다. 그러니 가축주는 망연자실하고, 공무원들은 방역초소에서 밤샘 특근은 물론이고, 살처분 하려다가 살려고 몸부림치는 소나 돼지들에 받쳐 부상은 물론 목숨까지 잃기도 한다.

산불도 마찬가지다. 한 밤 중에 산불이 나면 잠자리를 박차고 나와 물통을 메고 발화지가 있는 산자락으로 달려가야 한다. 산불을 끄다가 비탈에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질식해 죽기까지 한다. 

그러니 구제역과 산불이 싫을 수밖에 없다. 

구제역과 산불의 공통점은 예방이 필수라는 점이고, 발생하면 확산되지 않도록 초기에 잡아야 된다는 점이다. 

축산인들과 입산자들이 예방을 소홀히 하면 지역엔 재앙이 오고, 공무원들에겐 고통이 따른다.

그 끔찍한 구제역이 이 추운 연말에 충북에서 발생했다.

지난 12월 3일 진천군에서 처음 의심축이 발견되었는데, 농가의 백신접종 소홀이 참화를 불렀다는 언론보도가 있을 뿐 정확한 원인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진천군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그동안 생돈을 1만여 마리나 살처분 했으니,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살처분을 하는 이유는 구제역의 강한 전염성에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가축 한마리가 감염되면 지근거리에 있는 동종의 가축들이 순식간에 감염되므로, 우리나라는 동물들을 한곳에 밀집시켜 키우는 구조적 특성상 전파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발병·지역 내 동종의 가축 모두를 살처분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니 살처분에 드는 노역도 엄청나거니와 부대비용 또한 만만찮다.

문제는 살처분 부담비용의 주체가 누구냐이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살처분 보전비용(가축생체에 대한 시장가 보상)은 국비 80%, 지방비 20%로 되어 있고, 방역비용은 50대 50으로 하고 있다. 반면 살처분 매몰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침출수 방지를 위한 환경비용 등 제반 비용을 전액 지방비로 부담토록 하고 있어,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는 재정압박과 축산농가의 재기를 도와야 하는 이중고를 격고 있다.

지난 8일 이시종 충북지사가 구제역 발생 농가에 대한 살처분 비용을 전액 국비로 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타당성 있고 옳은 주장이다.

왜냐하면 진천지역 구제역 사태를 보더라도 충북지역 가축예방만을 위해 살처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한 경기도와 충남도에 번지는 것도 막기 위함이니 당연한 주장이다. 

이렇듯 발생지역을 희생해 국가 전체의 안전망을 구축함에 있음이니, 논리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전액국비로 함이 마땅하다.

농축산업은 국민의 생명산업이자,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차제에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점을 깊이 헤아려 전액 국비로 살처분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과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하여 FTA로 위축받고 있는 우리나라 농축산업이 건강성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배가하여 국민의 먹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진천군 공무원과 충북도 축산관계관들이 구제역을 잡기위해 휴일도 반납한 채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확산기미를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이제 구제역 없는 청정충북을 위해 전 도민이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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