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12.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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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거리를 거닐 때도,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심지어 친구와 이야기할 때 우리가 다수의 누군가와 만나거나 혼자일 때 손에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확인하고 스마트폰으로 이야기한다. 

트위터로 쉴새 없이 조잘대고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으로 나의 일상을 고스란히 이야기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이렇듯 우리는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그 누군가가 안면이 있는 사람이건 가상의 누군가건 길가에서 지나쳐가도 모를 낯선 사람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서 우리는 소속감을 느끼고 존재감을 확인하며 내 모습을 투영시켜 바라본다.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단절될 때 우리는 지독한 외로움과 대면할 것이다. 

우리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각종 네트워크 속에서 느끼는 고독함은 나에게 주는 사색의 시간이 아니라 불안함을 유발한다. 

팔로워 수로 인지도나 영향력을 자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은 소외감에 시달린다. 

불확실한 관계망 형성은 또한 인스턴트식 관계들을 양산한다. 

인간관계가 가벼워지고 쉽게 사귀고 쉽게 잊혀진다. 

정보를 빨리 얻고 빨리 버려야 하며 팔로워 수를 늘려가면서 온라인 속 가상공간의 관계를 확장하고 고독감을 애써 치유하려 한다.

도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지그문트 바우만·조은평, 강지은 공역·동녘·2012년)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를 ‘유동하는 근대’라 일컬으며 많은 휴대기기와 기술들을 통해 사람들은 절대 고독의 권리와 고독할 자유도 잃었고 삶의 다양한 즐거움은 얻었지만 즐거움의 질은 놓쳤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44통의 편지는 유동하는 근대에서 프라이버시, 신용카드, 쇼핑, 종교 등의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편지를 통해서 바우만은 근본적인 고독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사유할 시간을 통해 문명과 자본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본연한 사유의 존재로 거듭나야 함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우린 과연 오롯이 고독을 즐길 수 있는가? 사유할 수 있는가? 스마트 기기와 연결되지 않고 편안하게 우리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피상적인 관계로부터 로그아웃할 수 있는 용기와 잃어버린 고독을 찾을 여유이다. 

잠시, 스마트폰은 잊고 컴퓨터도 끄고 눈을 감아보자. 그 관계들을 제외한 나와 마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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