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그대에게
병실에서 그대에게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12.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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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참으로 어처구니는 없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12월 6일 금요일 아침이었다. 여느 때처럼 애마를 몰고 느긋하게 출근하고 있는데 청주공단 LS산전 앞 1차선 도로에서 내 차선으로 제네시스 차량 한대가 돌진해 오고 있었다. 영화 속 장면처럼 역주행 차량이 나를 향해 덮쳐오는 것이다. 

순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달리 피할 길이 없는 나는 미친 차가 제 차선으로 비켜가기를 빌며 브레이크를 밟고 두 손으로 핸들을 힘껏 잡았다. 미친 차는 내 차 앞에 당도해서야 잘못을 알아차린 듯 제 차선으로 핸들을 꺾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들이박고 말았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핸들을 잡은 몸은 앞으로 쏠렸고,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에게도 키를 주지 않았던 알페온 앞 범퍼가 으스러졌다. 

본능적으로 차에서 내린 나는 가해차량 운전자에 차를 어떻게 그렇고 모느냐고 했고,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가해차량 운전자는 마약에 취했는지 술을 마셨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뒤 차량들이 출근시간이 늦는다며 길을 터달라고 해 갓길로 3m 쯤 옮기자 그 사이에 가해차량이 뺑소니를 치고 사라져 버렸다.

황당했다. 평소 사람을 믿는 편이라 차량번호와 운전자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 후회스러움이 밀려왔다.

경황이 없어 우선 사무실로 전화해 출근 지체를 알리니, 직원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12로 뺑소니 신고를 하는 것과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연락하는 일이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지구대 순찰대가 와서 내 신원을 확인한 후 차량에 부착해 놓은 블랙박스의 칩을 회수해 가면서 불행 중 다행이라며 흥덕경찰서 교통조사팀에서 연락이 올 터이니 조사 받으란다. 

경찰이 떠난 후 보험회사 직원이 왔다. 보험회사 직원은 혹시 블랙박스에 안 찍혔다 하더라도 주변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뺑소니 차량은 수사하면 잡을 수 있을 거라며 부서진 차를 가까운 공업사에 수리를 맡기고 고칠 때까지 쓸 렌터카를 구해 주었다. 

렌터카를 몰고 사무실로 출근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업무를 보았고 경찰로부터 블랙박스 덕에 뺑소니 차량을 잡았다는 것과 가해운전자는 뇌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후 4시에 경찰서에 가서 조사서를 받았다.

저녁이 되자 몸에 한기가 와서 후배들과 약속한 저녁 모임을 일찍 파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교통사고는 자고나봐야 안다더니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과 얼굴이 붓고 목과 허리가 몹시 아팠다. 

사고 당시 의연한척 했지만 놀란 모양이다. 

김장을 하는 아내를 돕기 위해 모처럼 내려온 큰아들 내외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녀를 뒤로 하고 가까운 한국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 가자마자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엑스레이와 CT촬영을 했고 월요일에는 MRI검사도 했다. 의사는 근육이완제가 든 링거주사에 이어 먹는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처방했다. 

덕분에 5일이 지난 지금 손과 눈과 얼굴의 부기도 줄고 통증도 완화되었다.

현대인에게 차는 신분과시와 기동력을 담보하는 생활필수품이 된지 이미 오래다. 

문제는 빈발하는 교통사고다. 

내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입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과실과 타인의 부주의로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진다. 

외상 없이 목과 허리만 아파도 고통스러운데 평생 식물인간처럼 살아야 하는 중증환자들과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숫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적어도 정신이상이나 마약 음주 등으로 타인에게 불행을 주는 교통사고만은 국가와 사회가 막아야 한다. 

누구든 교통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그대만은 그런 불행이 없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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