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의 황새를 꿈꾸자
미호천의 황새를 꿈꾸자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2.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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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을 읽었던 것처럼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올라왔는지 궁금해서다. 

내 눈에 들어온 첫번째 소식은 경남 하동에 모인 한·러·일 황새 소식이다. 조류전문가로 알려진 도연스님께서 꾸준히 관찰한 내용의 기사다. 지난 3월 18일 경남 김해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일본에서 날아온 봉순이, 경남 하동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러시아에서 남하한 야생 황새로 추정되는 하동이,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기존 황새복원센터)에서 치료 중 탈출한 미호, 그리고 새롭게 발견된 어린 개체로 짐작되는 희망이까지 네 마리의 황새가 하동의 한 하천 하구에 모였다는 것이다. 희망이를 제외하고는 세마리는 모두 다리에 가락지를 달고 있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 있다. 군인들 군번 줄과 같은 개념이다. 도연스님은 이 글에서 야생에서 번식이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황새 서식지 생태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멋진 기사를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우리나라에서 황새복원 연구를 가장 먼저 오랫동안 해 온 황새복원센터는 청주시 한국교원대에 있다. 황새복원센터는 미원면 일대에 황새 방사장을 설치하여 황새 마을을 만들자고 지자체에 제안했었다. 하지만, 당시 청원군은 예산을 이유로 이 사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황새복원센터는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충남 예산군과 함께 멸종된 황새 야생복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예산군은 2010년부터 친환경농업단지 조성과 함께 사업비 190억 원을 들여 황새공원을 조성하고 한국교원대학교에 민간위탁 해 황새 야생복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쌍이 1차 단계적 방사 적응훈련에 들어갔으며, 지속적으로 단계적 방사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황새 6마리를 황새공원 앞에서 산과 들로 직접 날려 보내는 자연방사 행사가 계획돼 있다. 이와 더불어 황새 마을 주민들은 황새와 함께 살고자 황새생태농업연합회를 결성했다. 황새의 먹이인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생태농업을 실시해서 ‘황새 춤’ 쌀 생산으로 농가 소득 창출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청주시의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 ‘황새 먹이 구입 및 방역비’가 포함돼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전체 예산은 국비 1억 500만 원, 도 경비 2250만 원, 시비 2250만 원 등 모두 1억 5000만 원이다. 이 예산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황새 먹이 구입과 방역을 위한 예산이다.

결국, 황새복원센터에서 인공증식 된 황새를 예산군으로 옮겨 자연으로 방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텃새로서의 황새가 멸종된 상태에서 다시 증식 복원되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 환경부, 예산군, 청주시, 충북도의 예산이 쓰이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18년간 성공적으로 연구된 지역의 생물자원의 가치를 우리 지역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라도 미호천에 황새가 날아오게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산에서 방사하게 될 황새들이 자기가 태어난 한국교원대 인근으로 날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하려면 미호천의 수질개선과 생태복원이 중요하다. 마지막 야생 황새의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이 충북 음성이고 미호천의 발원지가 음성군 감우리 보현산 북쪽 계곡이라는 연관성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미호천은 세계 유일의 우리나라 고유종인 멸종위기종 미호종개의 최초 발견지이기도 하다.

경남 창녕 우포와 파주에서는 겨울철 독수리들에게 먹이 주기를 하고 있다. 김해 봉화마을에서는 봉순이를 위한 황새 잠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 황새나 독수리는 우리 인간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인간에 의해 자연환경이 너무나도 심각하게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통합 청주시의 미호천도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 본연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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