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사업비는 안 된다
재량사업비는 안 된다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12.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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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욕심이 끝이 없다. 의정비를 전국 최고인 13.6% 인상하더니 이제는 의원 1인당 연간 3억5천만 원 정도를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재량사업비(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벌이는 눈치 보기와 줄다리기는 보기에 참 민망하다. 

전국 대부분의 기초의화와 광역의회가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공무원 임금인상률인 1.2%선에서 상징적으로 인상하는데 그친 반면 충북도의회는 대폭적인 인상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도지사도 도의정비 인상에 힘을 보탰다. 도지사가 의정비 심의위원들과 만나 의정비를 올려주고 재량사업비와 행동강령 조례 등을 이끌어 내도록 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한 후 심의위원회에서는 도의회의 요구안대로 13.6%라는 전국 최고 인상률로 도의정비 인상을 결정했다. 도민들의 80 퍼센트 이상이 의정비 인상에 반대한다는 방송사와 시민단체의 설문조사 결과는 철저하게 묵살하고 낯간지럽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친 후 도의회의 요구안 그대로 의정비 인상을 결정하면서 재량사업비의 폐지를 권고한 것이다. 

충북도는 2015년도 예산에서 도의원의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정비 결정과정에서는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던 도의회가 의정비 인상이 확정된 후에는 재량사업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도의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도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도지사와의 면담에서 도지사의 ‘시책추진비’에서 재량사업비를 보전해달라는 요구를 하는가 하면 의원들의 총의를 물어 재량사업비의 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에 도지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량사업비의 편성과 관련해 내년 4월 1회 추경 때까지 도의회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장 도의회의 불협화음을 피하고 협의 기간을 연장해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위장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는 이미 2011년 감사원 감사에서 폐지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불법적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선심성 예산집행이 많아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고, 각종 특혜나 비리의혹도 제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대부분의 광역의회가 이미 재량사업비를 폐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의원들이 재량사업비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마음대로, 어깨에 힘을 주면서, 선심성으로 써대던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천안시의원들의 재량사업비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재량사업비가 결코 의원들이 주장하는 대로 순수하고 선의로 집행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출직 의원이라면 필요한 것은 필요하다고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원답다. 그리고 주민들이 반대하면 자신의 뜻을 굽히고 주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의원의 도리이다. 그런데 의정비인상과 재량사업비 논의과정에서 보여준 충북도의회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도지사도 이런 비난을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의정비 인상과정에서 의정비 심의위원들에게 도지사의 의견을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 아무리 의회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구실을 찾고자 했다하더라도 그렇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게 되었지만. 의정비 인상을 필요에 의해서 또는 소신이라서 관여했다면, 재량사업비 폐지 문제도 1차 추경 운운하지 말고 일관되게 견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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