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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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캔들의 주인공 사방지(舍方知) (1)

세조실록에 적힌 사방지에 대한 스캔들이다.

장령 신송주가 임금에게 아뢰기를, "여경방에 사는 김구석의 가인(家人) 사방지(舍方知)가 여복을 한 괴이한 행동이 의심나 잡아다가 이를 보았더니, 과연 여복을 하였는데 음경(陰莖)과 음낭(陰囊)은 곧 남자였습니다. 청컨대 가두어 고신(拷訊)하게 하소서"하니 임금이 전교하기를,"그를 승정원으로 하여금 살펴보게 하라"하였다.

살펴본 승지 등이 임금에게 고하기를, "이것은 양성(兩性)의 사람인데 남자의 형상이 더 많습니다"라고 했다.

임금이 다시 전교하기를 "황당하고 해괴한 일이니 사방지를 가두고 문초토록 하라."

이렇게 하여 사방지(舍方知)는 충청도 신창현(新昌縣)의 관노가 되어 일생을 마쳤다.

사방지는 이순지가 충주땅에서 해괴한 사건으로 만나게 된 처녀였다.

충주 용원 마을에서 약 시오리 떨어진 부용산 기슭에 언제부터인지 조그만 움막집에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쉰 살쯤 됐을 성 싶은 중늙은이와 그와 어울리지 않게 미모가 뛰어난 삼십대의 여인, 그리고 딸인 듯한 열 댓살 가량의 계집아이가 바로 그 초가집의 주인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집 아낙인 삼십대의 여인이 절색에 수놓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만이 소문으로 나돈 말이다.

이순지가 듣고 관심을 보였다.

"자네, 그 사람들을 만나는 보았는가"

"뭔 수로 만나유. 하지만 그 집 아낙이 놓았다는 수는 보았구먼유."

"보니 어떻던가"

"지야 보면 아나유. 같이 본 사람들이 천우무붕이라고 하데유."

"신선이 입은 옷은 솔기가 없다는 뜻일세."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다. 이순지는 부용산 기슭움막 앞에 당도하니 가냘픈 계집아이의 곡성이 들려왔다.

해괴한 일이로군.

이순지는 중얼거리며 주인을 찾았다.

"뉘신지요"

목소리에 흐느낌이 섞여 있었다.

"난 지나가는 과객이다마는 무슨 일로 그리 서럽게 울고 있느냐"

계집아이는 하소연 하듯 그간의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지난밤에 난데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뱀을 잡아 물고 방안으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고양이는 뱀을 꼬리부터 먹더군요. 놀란 아버지가 목침을 던져 고양이를 내쫓으려 했습니다. 고양이는 뱀을 팽기치고 도망쳤고, 반동강이 난 뱀이 어머니 곁에 가 떨어졌습니다. 그틈에 뱀이 어머니의 손가락을 물어 버렸습니다."

"."

"뱀에 물린 어머니는 온몸이 절구통처럼 부어오르더니 그만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눈이 뒤집혔습니다. 방구석에 숨어 있던 고양이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거예요. 고양이는 몸을 날려 아버지의 목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놀란 아버지는 방바닥으로 넘어져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손을 휘젓다가 구석에 놓여 있던 장도를 잡아 고양이를 찔러 죽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도 그 칼에 찔려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이순지는 시체를 거두어 초가집 뒤 햇볕 잘드는 기슭에 묻어 주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그 무덤을 묘사총(描蛇塚)이라고 불렀다. 고양이와 뱀의 사연을 가진 무덤이라.

의지할 곳 없는 사방지를 데리고 오면서 "이름이 무엇이더냐"

"집사(舍) 모방(方) 알지(知)자입니다."

"성이 舍氏냐"

"성은 모르고 어머니가 강릉 崔씨인 것만 알고 있습니다."

舍方知의 입을 통해 출생의 비밀은 이렇게 전개된다.

<다음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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