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좋아요
김치가 좋아요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4.12.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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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김치는 한국음식이다. 종류와 맛도 다양하다.

그중 김장김치는 무는 채 썰고 ,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에 소금과 젓국을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린 속을 절인 배추 속에 넣는다. 지방마다 첨가되는 생선과 젓국이 달라서 맛도 다르다. 발효시킨 김치는 어떤 음식과도 곁들여 먹어도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브리태니커에 올린 참고 자료에 의하면 예전에는 김치를 지(漬)라고 하였고 고려시대 이규보의〈동국이상국집〉에서는 김치 담그기를 감지(監漬)라고 했고, 1600년대 말엽의 요리서인〈주방문 酒方文〉에서는 김치를 지히[沈菜]라 했다고 한다. 지히가 ‘팀채’가 되고 다시 ‘딤채’로 변하고 ‘딤채’는 구개음화하여 ‘짐채’가 되었으며,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서 ‘김채’로 변하여 오늘날의 ‘김캄가 된 것이라고 한다. 

1715년 홍만선(洪萬選)의〈산림경제〉에서는 지히와 저(菹)를 합하여 침저(沈菹)라 했고, 지금도 남부지방 특히 전라도지방에서는 고려시대의 명칭을 따서 보통의 김치를 지(漬)라고 하고 무와 배추를 양념하지 않고 통으로 소금에 절여서 묵혀두고 먹는 김치를 ‘짠지’라고 하는데 황해도와 함남지방에서는 보통 김치 자체를 ‘짠지’라고 하였다 한다. 짠지는 우리 고향에서도 그리 불렀다. “짠지” 하면 이상하게 더 짜고 양념도 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요새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가 “김장은 했냐?”고 물어본다.

김장을 해야만 월동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은근히 추워지는 날이 김장하는 것을 재촉하기도 하여 우리 집도 김장 날을 잡았다. 앞집 뒷집에서는 고추와 파 농사지은 것을 주시고 절임배추는 친구가 가져왔다. 김장재료는 모두가 거져 얻어서 쉽게 준비를 하였고, 큰애 작은애가 비교적 집안일을 잘 돕는 편이라서 배추 속 버무리는 것과 속 넣는 것을 큰애친구도 함께 해주어 김장을 일찍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빨갛게 버무려진 김치를 항아리 대신 김치냉장고에 들어갈 김치 통에 담으니 좀 아쉬웠다.

어린 시절, 우물가에서 절인배추를 씻는 친정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장을 하여서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눠주시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땅속 항아리에 묻은 김치를 먹고 자랐고 시집와서도 내내 친정으로 김장을 하러 가다가 김장김치에 도전한 것은 몇 해되지 않았다. 겨울나기로 젤 큰일인 김장 담그는 일은 참 힘들기도 하였지만 매우 정겨운 일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잔치 아닌 잔치를 벌이는 날, 이웃이 와서 김장을 도우며 담소를 즐기기도 하는 날이었다. 무엇이든 빨리 쉽게 하며 바삐 살며 사먹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우리세대나 어른들은 김장하는 일을 아직 풍습으로 여기고 있으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급식시간에 식판을 들여다보면 김치는 거의 담지 않고 고기종류나 튀김종류만 받아온다. 우리 김치는 유산균이 많고 면역력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몸에 이로움이 많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입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다 보니 갑자기 먹기가 힘든 것 같았다. 모든 생활양식은 어릴 때부터 길들여지지 않으면 바꾸기란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 것 같다. 우주식품으로 선정된 김치, 우리나라가 보유한 인류무형문화유산 김치, 우리 집 식탁에서 한 끼라도 빠지면 허전한 김치, 외국인도 좋아하는 우리 김치, 이 맛있는 김치를 아이들이 많이 먹고 우리 풍습을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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