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12.03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와 나타샤는
눈이 푹푹 샇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시골로 가자 출출이(뱁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오막살이집)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 12월 하늘은 폭설을 깜짝 선물했습니다. 사랑해서 눈이 오는 가난한 시인의 하늘이 생각납니다. 푹푹 눈이 쌓이도록, 지상의 누가 이토록 그리웠을까요. 풀풀 허공에 날리는 눈송이 따라 백석의 시밭을 가만가만 걸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