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마음의 집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4.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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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힘들었다. 지난 한달이. 새로운 도전을 하였고 그에 따른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생각해봤다. 언제나 그랬듯 바로 나였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나의 행복도 소중하지만 그것보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우리 세 식구의 행복이 우선되었다. 나만의 행복이 한걸음 뒤로 물러선 것이다. 그랬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다. 내 마음의 집이 더 커진 것이다. 바로 우리 세 식구, 우리 가족.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머나먼 북유럽의 한 나라, 폴란드에서 태어나 네 아이의 엄마인 이보나는 2004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쌓아오던 그녀에게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서 라가치 논픽션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이 여기 있다. 

도서 ‘마음의 집’(김희경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창비) 내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의 그림은 특별합니다. 책장을 펼치고 넘길 때 일어나는 효과를 이용해 그림이 살아 움직이도록 그렸습니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그림을 보세요. 할머니가 아기에게 입을 맞추고,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고 따뜻한 손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합니다.”

이 책만이 아니었다. 내가 만난 이보나의 책은 항상 특별했다. 그래서 이보나의 책을 한권 두권 모으게 되었다. 그림 속에 담긴 따뜻함이 날 포근하게 만들었고, 이보나만의 독특한 구성과 그림이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생각하고 그리고 다시 펼쳐보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우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을 뜻하는 마음. 혹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그럼 우리 마음은 어디 있을까?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같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문도 있고 방도 있고 창도 있으며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르다고 한다.

“네 마음의 집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스러져 갈 때, 마음의 방에 혼자 있을 때, 창밖으로 비가 올 때라도 걱정 하지마. 이 세상에는 다른 마음들이 아주 많거든. 그 마음들이 네 마음을 도와줄 거야. 언제나 너를 도와 줄거야.”

정말일까. 언제나 나를 도와줄 다른 마음들이 있을까 되물어보고 싶어지려는 순간,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니 반으로 접은 분홍색 종이가 한장 들어있다. “난 이 책을 보는 순간 네가 생각나더라.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은 사람이 생각나듯이 좋은 책을 보면 책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나봐.”

그랬다. 이 책은 나의 27번째 생일날, 동료 교사에서 친한 언니가 되었고 이제는 시누, 올케 사이가 되어버린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이보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나 나를 도와 줄 마음들이 여기에도 있었다. 참 좋다. 오랜만에 펼쳐보아도 참 평온하다. 더불어 참 행복하다 싶다. 

내 마음의 집에는 여러 방이 있다. 남편과 아이가 살아가는 아주 큰 방과 우리 세 식구를 지켜주고 있는 가족들이 사는 옆방과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살고 있는 작은 방도 있다. 이 방들이 춥지 않도록 마음의 불을 지펴야 할 겨울이 왔다. 손 편지를 방 마다 보내야겠다. 오랜만에 인사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항상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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