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Begin Again)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4.11.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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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Can a song save your life)’. 실패하는 게 당연한 주인공들의 만남은 노래하는 꿈을 남에게 알리는 것에 성공하는데요. 하루하루가 치열한 경쟁이고 좌절뿐이라면, 아무도 곁에 없어 고독하다면, 극장에 가서 ‘비긴 어게인’ 을 만나 무기력을 털어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가정에서 쫒겨난, 중년의 남자가 뮤직바에서 혼자 술을 마십니다. 절망으로 미치기 직전인 비몽사몽 상태에서 크레타란 여자의 자작곡을 듣게 됩니다. 크레타란 여자는 오랜 연인이면서 함께 음악을 만들고 즐겼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자, 버림받은 여자이고요. 영화의 초반부, 주인공 남자가 회사에서 버림받았는데. 객석에 앉은 나는 ‘직장을 잃어 버렸군’ 이라 담담히 생각했지요. 개인적으로 ‘버림받다’보다는 ‘잃어버리는 게’ 낫지.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인생 최악의 절망에 부딪친 두 사람을 던져 놓고, 그 까닭을 관객에게 잔잔하게 이해시키며 절망을 벗어나는 과정을 탄탄한 구성으로 몰입하게 합니다. 노래로 포장된 희망의 스토리가 지루하지 않게 들이대는 설득에 꼼짝 못합니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쾌감은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꿈을 이해하면서도 통속적인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요즘말로 쿨 하게 상대방이 행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공부보단 남자에게 관심이 많은 딸의 아빠로, 한 때 다른 남자를 사랑해서 미칠 지경이 된 아내가 있는 가정으로 남자를 돌려보내기 위한 크레타의 역할이 감동입니다.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뮤지션들의 우정도 희망이고, 성공하자마자 배신했던 남자가 돌아와 사랑을 우정처럼 자연스레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우리 정서엔 맞지 않는 희망입니다. 다양성 영화로는 워낭소리 이후 국내 최초로 300만 국내 관객을 끌어 모았다는 ‘비긴 어게인’, 여름에 개봉하여 ‘명량’ ‘해적’ ‘해무’등 내노라하는 한국영화에 밀렸으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박스권 10위 안을 벗어나지 않았다니. 잘 만든 영화의 묘한 힘에 끌려 저도 한 번 더 보았습니다. 마냥 유쾌한 공감으로 마무리되기엔 우리 정서와 사뭇 다른 내용임에도 인기라니, 사랑의 상대성에 대하여 우리사회가 정말 많이 관대 해진 시대의 반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별로인 크레타의 노래를 섬광처럼 알아봐주고 완성시켜주는 단 한 사람, 그런 댄이 말했던 ‘음악이란 마법이 가진 힘’에 따분한 마음이 날아갑니다. 누구나 꿈을 이루기 위한 장소나 시간의 제약이 따로 없음을 알게 됩니다. 길거리에서, 호수 위에서, 궁전에서, 지하철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연주하다 쫒기니까요. 영화가 끝났다고 일어나면 안 됩니다. 에필로그영상이 계속 올라가는데 끝까지 재미있습니다.

‘오랜 시간 끝에 난 홀로 남겨졌고 아직 난 슬프지만 넌 나의 돛에서 모든 바람을 앗아 갔지만 그래도 난 널 사랑했어. 마지막 남은 원칙들마저 모두 어겨버린 널 난 바보처럼 사랑 했어’ 사랑을 정리하게 위해 옛날의 연인에게 보낸 노래가 옛 연인에게 다시 사랑을 생각하게 합니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해피엔딩이 되기까지 줄거리에 녹아있는 메시지가 묘한 청량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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