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과 걸림돌에 대하여
디딤돌과 걸림돌에 대하여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11.26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다 같은 돌인데 어떤 돌은 디딤돌이 되고, 어떤 돌은 걸림돌이 된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디딤돌이 되는 사람이 있고,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대에게 묻는다.

살아오는 동안 그대에게 디딤돌이 되어준 사람이 많았는가, 걸림돌이 된 사람이 많았는가? 디딤돌이 많았다면 다복한 사람이고, 덕분에 인생항로 또한 순풍에 돛단 듯 했을 것이다. 반면에 걸림돌이 많았다면 박복한 사람이고, 그로 인해 인생항로 역시 고단했을 것이다.

다시 그대에게 묻는다.

그대는 그동안 디딤돌 같은 삶을 살아왔는가, 걸림돌 같은 삶을 살아왔는가? 그동안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디딤돌 같은 삶을 살았다면, 그렇게 헌신적으로 살았다면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며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에 걸림돌 같은 삶을 살았다면, 그렇게 살아서 부와 명성을 얻었다 할지라도 당신은 결코 좋은 사람, 존경받을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디딤돌의 사전적 의미는 디디고 다닐 수 있게 드문드문 놓은 평평한 돌, 마루 아래 같은 데에 놓아서 디디고 오르내릴 수 있게 한 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바탕이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걸림돌의 사전적 의미는 길을 걸을 때 걸려 방해가 되는 돌, 일을 해 나가는 데에 걸리거나 막히는 장애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세상살이는 디딤돌과 걸림돌이라는 게 있어서 살만한 건지도 모른다. 

디딤돌엔 반전과 지름길이 있고, 걸림돌엔 시련과 도전이 있다.

아무리 뛰어도 손이 닿지 않는 선반 위의 물건은 그림의 떡이다. 이때 떡을 손에 쥘 수 있게 하는 의자와 사다리가 바로 디딤돌이다.

그대에게 그런 의자와 사다리가 되어준 사람들이 분명 있다. 부모, 스승, 선배, 친구, 연인, 독지가, 지역공동체 등 지난날을 깊이 반추해 보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이제 그대가 디딤돌이 될 차례이다. 누군가 선반 위에 물건을 내릴 수 있도록 그대 등을 내어 주어야 한다. 그대의 디딤돌들이 그대에게 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지혜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 한다.

받은 것에 이자를 얹어주지는 못할지언정 받은 만큼은 되돌려 주고 가는 게 옳다.

보은해야 할 부모님이나 스승과 선배는 이 땅에 없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그대에게 한 것처럼 이제 장성하여 일가를 이룬 그대가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힘이 필요한 자에게 힘이, 돈이 필요한 자에게는 돈이, 지혜가 필요한 자에겐 지혜가 디딤돌이다. 자식과 후학은 물론, 가난한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그대의 힘과 돈과 지혜를 그들의 디딤돌로 쓰이게 하라.

그대 역시 사는 동안 많은 걸림돌을 만났을 것이다.

걸림돌은 발목잡음이다. 바삐 가야 될 사람의 발을 잡거나, 일어서려고 하는 자를 주저앉히는 행위가 바로 걸림돌의 전형이다. 

걸림돌을 만나면 걸림돌을 제거한 후 가거나, 빙 돌아서 가야 한다. 그러니 걸림돌을 만나면 예기치 않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힘들어 좌절하기도 한다. 

걸림돌은 먼데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데 있다. 바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 걸림돌이 있다. 인연이 악연이 되면 모두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때론 지나친 관심과 집착도 걸림돌이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대도 누군가에게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걸림돌이 된 적이 있거나,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 

결코 그런 일이 없었노라 말할 수 없을 것인 즉, 조용히 아주 신속하게 그 걸림돌에서 발을 빼야 한다.

선한 디딤돌이 되지는 못할망정 어찌 못된 걸림돌로 살 수 있으리.

사랑하는 그대여! 남은 생 걸림돌이 되지 말고, 단단한 디딤돌로 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