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과 조연
주연과 조연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14.11.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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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영화보기를 좋아해서 집근처 영화관을 즐겨 찾는다. 주로 관람료가 할인되는 조조 영화를 보러 가는데 저렴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아서 좋다. 또한 마음 편하게 영화에 푹 빠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미리 정하기도 하지만 영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그날 기분에 따라서 영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매점에서 커피향 그윽한 갓 내린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들고 의자에 깊숙이 앉으면 스크린에 몰입할 준비 완료다. 이 순간부터는 영화관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되고 나만의 시간이 된다. 내가 혼자서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가게를 하면서 자유를 속박당하며 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어디론가 못 견디게 떠나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가 그리워 외로움이 깊어지면 동네 주변을 서성였다. 내게 주어진 온전한 시간은 가게 문을 열기전 오전뿐이었다. 그 시간 안에 꿈틀대는 떠돌이 병을 어루만져 줘야 하고 외로움을 치유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영화보기였다.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에는 여행하고픈 다른 세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자유롭게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 무엇보다 출렁대는 마음을 잠재울 수 있어 좋다. 내게 영화보기는 일종의 대리 만족인 동시에 치유인 셈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에게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날은 횡재한 날이다. 그런 날에는 마치 영화 속 배우라도 된 듯 주인공도 되어 보고 조연도 되어본다. 주인공이 되어 볼 때는 정말로 주인공인양 잘해내야 된다는 부담감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날 발견하고는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조연 역할일 때는 영화의 흐름을 깨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에 긴장을 한다. 그렇게 영화 한편을 보는 내내 주연도 조연도 그리고 단역을 넘나들며 즐기는 동안 영화는 어느새 엔딩 컷이 올라가고 있다. 

한편의 영화는 주연과 조연 그리고 한 번 스치고 가는 수많은 단역들과 여러 분야의 스태프들이 많은 날들을 노력과 고생을 하며 만들어낸 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결과물인 영화를 보고 난후에 항상 내 인생의 주연은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물론 내 삶의 주연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각자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연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조연이며 단역으로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스로가 주인공인 자신의 삶을 함부로 하는 것을 종종 겪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타인을 위해 감칠맛 나는 조연 역할도 힘들어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영화 한편이 혼자의 힘으로 완성될 수 없듯 아무리 재능이 잘나고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는 결코 살아낼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사는 세상이다. 

서로 부대끼며 알게 모르게 타인들의 조연 역할도 훌륭하게 해줘야 될 것이고, 한 번 스쳐가는 단역도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 아닌 그 누군가도 내 삶의 조연과 단역도 되어 주는 것일 게다. 

오늘은 내가 주연인 나의 세상살이를 위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할 조연으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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