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의 위상과 권능
시·도지사의 위상과 권능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4.11.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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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얼마 전 전국 시·도지사협의회(회장 이시종 충북지사)가 시·도지사에게 장관급 의전과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제안하려다가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한 적이 있다. 

국민들은 이 뜬금없는 해프닝에 실소했고, 새삼 대한민국 사회에서 광역자치단체란 무엇이며, 시·도지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

어느 나라든 주나 성·현 같은 하부행정체제를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라는 3층 구조를 갖고 있다.

교통·통신과 매스미디어가 발달해 국가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졌는데 낡은 3층 구조의 틀을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며, 한때 2층 구조로의 국가 개조론이 정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각설하고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는 조선 초기에 구획된 8도(경기도·강원도·충청도·경상도·전라도·황해도·평안도·함경도)로부터 시작된다. 그 아래 부·목·군·현으로 세분화해 지금의 기초자치단체로 기능했다. 

1896년에 경기도 강원도 황해도를 제외한 5개도가 남·북도로 분리된 이래, 1946년 제주도가 도로 승격되었고, 수도 서울이 특별시로, 인구가 많은 지방의 수부도시들이 광역시로, 신행정수도라는 기치아래 늦둥이로 탄생한 세종특별자치시까지 남한에만 17개의 광역자치단체가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국가위임사무와 광역사무를 보며,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가교역할을 한다.

이일을 잘 수행하라고 시·도민들이 직접 손으로 뽑은 이가 바로 시·도지사들이다. 

대통령 다음으로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시·도지사는 대권의 잠룡이란 등식이 우리사회에 성립되게 되었다.

국무총리를 지낸 조순, 고건, 한명숙, 김황식 등이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되었거나 낙선했듯이, 전직 장관은 물론 현직 장관들도 공천만 주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다선의 중진 국회의원들도 금배지를 반납하고 시·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든다.

범법만 없으면 임기 4년이 보장되고, 정치인으로서 존재감과 정치적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매력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차관급 의전과 차관급 연봉이 탐이 나서 시·도지사를 하려는 자는 없다. 

그러므로 어느 누가 시·도지사를 차관급이라고 얕잡아보랴. 어디 파리 목숨 같은 장관에 견주랴. 

이처럼 시·도지사들의 위상은 높고 화려하나, 실제 권능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지방자치의 한 축인 교육과 경찰 업무가 따로국밥처럼 분리되어 있어 불완전한 지방자치의 한계를 안고 있다.

겉으로 보면 산하 공무원들의 인사권과 출자·출연기관장의 선임권이 있고,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을 갖고 있어서 엄청난 권능을 갖고 있는 것 같으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다. 

서울특별시와 울산광역시, 경기도를 제외한 시·도들의 재정자립도가 40% 미만이다 보니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 속된 말로 정부와 국회에 알랑방귀를 뀌어야 하고, 내려오는 국비도 대부분 법적경비이거나 옵션이 많아 재량의 여지가 별로 없다.

각종 법규와 정부 승인 절차, 그리고 시·군 업무와의 중첩성 등으로 인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니와 시·도의회가 여소야대이면 지방의회의 눈치도 봐야하고, 시장·군수들도 소속정당이 다르면 현안에 따라 불협화음을 내므로 권위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아무튼 시·도지사의 위상과 권능은 국가로부터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 자신의 자가발전에 의해 생성되고 발현된다. 

자고로 좋은 시·도지사를 가진 지역은 축복받은 지역이다.

정직하고 청렴하고 일 잘하는 시·도지사. 소외받고 힘없는 자들의 위로가 되어주는 시·도지사. 표보다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안위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시·도지사면 족하리라. 

국민들은 한결같이 그런 멋진 시·도지사를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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