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2)-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2)-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4.1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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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직지』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스물두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8장에 나오는 천태 덕소 국사(天台 德韶 國師)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천태 덕소 국사는 천태 지자 대사의 후신이다. 15살 때 인도의 스님이 덕소 스님을 보고 힘써 출가시켰다고 한다. 당나라 동광 때에 서주 고을에 나아가서 투자 암주를 친견하고 그다음에 용아 소산을 친견했다. 이처럼 선지식을 참배하는 것이 무려 54명이나 되었는데 다 법의 인연이 계합하지 못했다.

임천에 가서 정혜 선사를 친견하고 다만 대중만 따를 뿐이고 따로 법을 물은 바가 없었는데 어떤 스님이 법안에게 묻기를 “12시 가운데 어떻게 하면 만 가지 반연을 단박에 쉬어 감을 얻게 됩니까?” 법안이 말씀하시기를 “空이 너와 반연이 되느냐, 色이 너와 반연이 되느냐? 공이 반연이 된다고 말한다면 곧 공이란 본래 반연이 없는 것이고, 색이 반연이 된다고 말한다면 곧 색과 마음이 둘이 아니다. 일용에 과연 어떤 물건이 너에게 반연이 되느냐?” 덕소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끔찍하여 이상히 여겼다.

천태 지자 대사는 수나라 때의 스님이고 천태 덕소 국사는 송나라 때 사람으로 연대적으로 훨씬 후대이다. 덕소 국사는 법안종의 종사이다.《종경록》100권을 쓰신 영명 연수 대사가 덕소 국사의 제자다.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천태 지자 대사가 죽어서 천태 덕소 국사로 되었다는 것이다. 몸을 바꾸어서 다시 태어나면 과거 몸은 前身이고 현재의 몸은 後身이다.

범승(凡僧)은 인도의 스님이다. 천태 덕소 국사가 출가하기 전 15살 때 인도 스님을 보게 되었는데 그 스님이 덕소 국사를 출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동광(同光)은 당나라, 後唐 裝宗(928년) 때의 연호란다. 그때는 당나라 말기로 송나라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덕소 대사가 친견했던 스님들은 도가 높은 종사들이다. 

법을 깨닫는 것도 인연이 있어야 깨달을 수 있지 덮어 놓고 깨닫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똑같이 큰스님이고 도승이지만 이 스님에게는 깨닫지 못하고 저 스님에게는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12시는 온종일을 말하는 것. 지금은 하루를 24시로 나누지만, 옛날에는 육십갑자의 아래를 이루는 요소,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子丑寅卯 辰蛇午未 申酉戌亥)12地支를 가지고 12시로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2시간이 옛날의 1시간이다.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는 자시이고 새벽 1시에서 새벽 3시까지는 축시이고 새벽 3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인시 등이다.

어떤 스님이 법안 스님에게 “그 12시 가운데 어떻게 하면 만 가지 반연을 단박에 쉴 수가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이는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많이 일어나는 생각 중, 마음의 근육 키우는 훈련을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이치인 듯하다. 찰나 동안에 900번 생멸한다면 12시 가운데 만연만 있겠는가?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를 20회 넘게 살피다 보니 정말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 모여 앉아 누가 더 멍한지를 겨루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에서 최연소로 참가한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지명(9)양이 1등을 하여 인터넷 스타가 되었다. 빨간 야구 모자를 거꾸로 눌러 쓴 김양의 멍한 얼굴이 각종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고 한다. 이는 ‘저 모습이 내 모습’이라는 일반인의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 즉 법안 스님 말씀처럼 색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것에 반추해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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