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금싸라기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14.11.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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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어제는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금싸라기 같은 가을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진다. 함초롬히 내리는 비와 눈부신 햇살도 가을답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우울하고 그러면서도 가슴엔 뭔가 충만해서 눈물이 나는 계절, 가을이다.

나는 현도정보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곱게 물든 가을 풍경을 보며 가는 한시간 내내 설렜다. 

학생들을 만나기 전에 교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담당선생님으로부터 “너를 너답게 가꾸는데 최선을 다해라” 라는 이정로이사장님의 설립이념과 학교소개를 받고 놀라웠다.

‘나를 나답게 가꾸는 일이라.’ 나답게 가꾸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다운 것. 나를 나답게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현도정보고등학교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는 말씀과 교과 성적은 조금 떨어지지만 다른 방면에는 뛰어난 학생들이라는 말씀을 강조하셨다. 성적이 조금 밀린다고 꿈까지 밀리는 것은 아니란 말씀을 덧붙여 하셨다. 살뜰하게 아이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열의를 보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학년3반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환한 얼굴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귀한 금싸라기들이 여기 있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며 시 한편을 낭송해 주었다.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시 한편은 가슴에 품고 살아도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학생들의 가슴에는 이름표가 크게 빛나고 있었다. 이름을 불러 꿈을 물어봤다. 상담사가 되고 싶고, 제빵 명장이 되고 싶고, 레일아트를 하고 싶고, 그저 평범하지만 회사원이 되고 싶은 나름의 꿈을 품고 있는 학생들이 대견하고 부러웠다. 한명 한명이 정말 금싸라기같이 귀한 아이들이다. 머지않아 학교를 졸업하고 이 사회의 일원으로 중심에 있을 청년들을 상상했다. 나는 학생들과 불과 한시간 밖에 함께 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서 금싸라기처럼 빛나는 꿈과 희망을 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하게 경험한 것들을 들려주었다, 인사만 잘해도 인정받을 수 있고 좋은 책을 읽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리학자 웰리엄 제임스의 말을 빌리자면 말이 생각이 되고, 생각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격을 만들고, 인격이 인생이 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말을 조심해서 하면 인생이 행복해 진다고 했다.

나는 여고시절 수업시간에 소설책을 읽다가 선생님께 혼난 적이 많았다. 공부는 하기 싫어도 책은 잘 읽었다. 그것이 바탕이 되었는지 지금 글을 쓰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살아가는 데는 교과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 

우리는 아이들이 생각도 없이 행동하는 것 같지만 가슴을 열고 들여다보면 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며 생활한다. 속이 꽉 찼다. 아이들이 수업태도가 좋지 못할 수 있다는 담당선생님의 걱정은 기우였다. 한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쉽게 마쳤다.

우리 사회가 일등만 우대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아이들을 인성보다는 학교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담당선생님의 말씀이 아프다. 오늘 금싸라기 같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현도 정보고등학교 2학년3반 금싸라기들을 만난 기분 좋은 하루였다. 나는 앞으로 나를 나답게 가꾸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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