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 배추 직거래에 담긴 농심
절임 배추 직거래에 담긴 농심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1.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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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청주 산남동에 있는 두꺼비살림 매장에는 연일 절임배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공장식 절임배추가 아니라 전통방식으로 하나하나 깨끗이 씻고 천일염으로 절임을 해서 물을 뺀 후 가져오는 시골 어머니 표 절임배추다. 현재까지 약 150상자가 주문되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3톤 규모이고 포기 수로는 약 1350포기의 배추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착한 가격으로 두꺼비살림에 절임배추를 공급하는 분은 청주시 낭성면 현암리 이승례 농부다. 본인이 올해 1000평 정도 배추 농사를 지었는데 두꺼비살림 절임배추 직거래 때문에 배추가 부족해서 마을 이장님 배추도 함께 공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농가에서는 마을 어머니들과 함께 작업을 하신다. 20시간 충분히 절임이 되어야 맛있게 김장을 담글 수 있는데 급하게 부탁하는 분들이 많아서 시간에 쫓기는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한다. 거기에 두꺼비살림도 한몫했다고 하시며 웃으신다. 그래도 농민 입장에서는 일은 고되지만 즐거운 비명이라고 한다. 

올해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을배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15% 증가한 169만5000톤으로 약 26만3000톤이 과잉물량이라고 한다. 과잉생산은 결국 배추값의 급락을 초래하게 되고 배추밭을 갈아엎거나 중간 유통업체에 밭떼기로 헐값에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렇게 절임배추 판로가 확보되면 그나마 중간유통 마진의 거품을 뺄 수 있으니 생산자인 농민에게도 적정가격을 쳐 드릴 수 있고, 소비자에게도 조금 더 저렴하고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어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로컬푸드, 지역 농산물 직거래다. 거기다 배추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얼굴 있는 농산물이며 믿고 살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이다. 

낭성과 산남동은 직선거리로 9.5km 거리다. 절임배추를 차에 싣고 오면 20분이면 오고도 남는다. 이동과정에서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확대되어야 할 사업이다.

이번에 참여한 농업인 이승례씨는 청주시의 대표적인 로컬푸드 참여자로 손꼽힌다. 두꺼비 마을과 인연을 맺기 전인 2012년 5월부터 지금까지 성화동 휴먼시아 아파트에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 참여하신다. 청국장, 도토리묵, 잡곡, 건나물 등 낭성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농산물을 조금씩 가지고 나와 파신다. 큰돈은 안 되지만 농민들에게는 이런 직거래장터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안타까운 것은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 이런 장터에 참여하려 해도 참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세명이 의기투합하여 참여하고 있다.

청주, 청원이 통합되면서 청원군 지역 농민들은 스스로 홀대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행정에서 그리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다. 최근 청주시 도시계획조례안 문제 등을 놓고서도 청주와 청원군 지역민들의 갈등 양상이 표출되는 등 통합청주시의 화학적 통합은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청원군지역 농민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일상적인 교류와 소통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고 한중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되면서 농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농 중심의 농업구조에서 몇몇 대농을 육성하여 농업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농업정책 속에서 다수의 농민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로컬푸드 직거래는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소농이 생산하는 소규모의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낭성 농부는 이렇게 두꺼비 마을과 인연이 맺어져서 정말 고맙다고 한다. 이번에 절임배추가 많이 나가니까 마을 이장님이 내년에는 배추 세척기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해 보신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면서 즐거워한다. 마을에 로컬푸드 매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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