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눈길을 끈다
사진이 눈길을 끈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4.11.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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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조간신문을 펼쳐드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입니다. 미국 내 첫 번째 에볼라 감염자 였으나, 완치 판정을 받은 간호사 니나 팸과 포옹한 사진입니다. 완치판정이 나자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 백악관으로 초대한 것입니다. 

초대는 할 수 있으나 끌어안아 격려까지 하다니요. 치사율 때문에 공포가 되어버린 에볼라 환자인데 말입니다. 이런 것이 미국이라서 가능한 건지 모르지만, 조간신문 전면사진 때문에 종일 몇번이나 미국대통령을 생각했습니다. 

신문이 기록문화의 꽃이라 한다면 그것은 신문을 만드는 직업군의 소명의식이나 가치를 말하겠지만,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긴 문장이나 사건의 경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글보다 사진 한 장의 빠른 위력은 때로 감동입니다. 

신문을 펼치는 순간 접하는 전면사진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거나 인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힘이 있어, 글을 압축해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미국내에서 에볼라는 죽음과 동의어입니다. 감염자의 절반가량을 숨지게 만든 바이러스. 치사율이 70%까지 올랐던 적도 있다니 2009년 지구촌을 휩쓸었던 신종플루의 치사율 0.035%와 비교하면 죽음 그 자체인 바이러스입니다. 

미국 내 피어볼라(에볼라 공포)가 확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인데, 환자와 긴밀히 접촉하는 의료인이 443명 감염돼 244명이 숨졌다는 보고가 있는 무서운 ‘에볼라 바이러스’입니다. 완치 되었다지만 에볼라 환자였던 사람과 허그를 하는 대통령이라니.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는, 포옹할 일이 있어도 직위를 내세워 피해 갔을 법 한데 말입니다. 

버락 오바마에게 박수를 치고 싶은 까닭은 아무리 보여주기 식의 연출이라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에 제가 속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섬겨야 할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려는 리더의 자세와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대통령의 마음이 진심이건 가식이건 따질 필요 없이 멋져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에볼라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인들의 심리적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2년째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국회에서 했다는 박대통령 사진이 당깁니다. 대통령이 ‘원고의 90%에 걸쳐 경제를 강조’ 했다 던지, ‘전작권 환수’나 ‘세월호’ 등등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는 하지 않았다 던지 ‘공무원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던지 하는 글보다 시선을 당깁니다.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기 위해 아래에 서서 의장을 올려다보며, 까치발을 돋우고 한손은 난간을 잡고 한껏 팔을 뻗어 간절한 자세를 취하는 사진입니다. 저렇듯 겸손하고 성의 있는 자세라니, 대통령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믿고 싶어집니다. 

에볼라는 치료할 수 있고 완치되면 감염될 위험이 없다는 것을 오바마가 행동으로 보여준 것처럼, 에볼라가 과장되었으니 안심하라는 리더의 메시지처럼, 박대통령의 까치발 악수에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떨쳐내고 싶습니다. 

끝내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76일만에 철수하는 세월호사건유가족들 앞으로 ‘쇼’라도 한번 보여주는 대통령을 기대했다면,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행여 조선시대에 잦았다는 숙종의 잠행이라도 있었더라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싶어서 씁쓸합니다. 

허망하게 떠나간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묘비명으로 쓰겠다는 가사가,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 뿐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민물장어의 꿈). 만추(晩秋)앞에 비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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