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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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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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보건복지부장관
김 병 철 <논설위원>

인간은 동물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커다란 차이점을 갖고 있기에 인간이 인간들을 보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표현해 왔다. 즉 이성을 갖고 있기에 사람대접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가진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반면에 옷이란 수단을 통하여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가리기 위해 옷을 입는다. 그래서 매우 자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웬만한 사람치고 자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한 순간도 상상할 수 없다. 이는 곧 자신의 몰락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오리발'이라는 것이 통용되어져 왔다. 일단 어떠한 사태가 발생되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뒤쪽에 감추어 두었던 오리발을 빼어들고 호통을 쳐댄다.

꼼짝할 수 없는 물적 증거를 들이대면 그제서야 슬그머니 오리발을 내던지고 순수히 무릎을 꿇고 양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수순을 밟게 되고 서서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잠시 반성하기에 이른다.

왜 오늘 발가벗기를 서두에 지껄여댔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한반도의 2대 명절 중에 하나인 한가위 연휴를 즐기고 난 후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하위직 공무원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한없이 숨겨야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적나라하게 알리고 용서를 구하는 반성문을 써서 발표했다.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는 감히 있을 수도 없는 그런 일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앞장서서 벗어던지기 시작했던 탈귄위주의는 오늘날 우리 사는 시대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했으며, 장관이 스스로 감싸기에 급급했던 겹겹이 옷을 한순간에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나목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유시민 장관이 반성문 서두에서 지적한 "의료급여제도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확보한 높은 문명적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의 좋은 의도와 무책임한 행정이 결합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라고 하였다.

또한 "참여 정부의 각료로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낍니다"라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반성문을 제출한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누가 집중취재를 위해 자료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라 있는 사안도 아닌데, 장관이 자신의 조직 내에 깊이 숨어 있는 그릇된 것을 밝히어 새로운 제도혁신을 하려는 그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생명존중과 무한한 가치를 위한 현행제도의 값진 가치를 논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상의 문제들을 찾아낸 장관의 노력은 정말로 잘한 일이다. 여기서 반성문에 나타난 자세한 수치를 논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우리사회에 속에 서서히 쌓여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도덕적 해이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너희들도 이 모양인데 우리 정도는 '새발에 피야'라고 하는 의식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버리면 통제불능 상태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각 영역에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을 지켜내는 일에 우리 모두가 참여할 때 우리 사는 사회는 진보하게 될 것이며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질 것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176만명에 이르는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삶이 건강한 삶으로 되돌려질 수 있도록 제도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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