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4.11.16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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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4대강에 이어 자원외교 부실로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제 측근들을 만나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로 정쟁을 벌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임 시절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제될 것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없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격랑을 몰고온 당사자의 반응치고는 태평하고 한편으론 오만하다. 

나름의 판단과 근거가 있겠지만 문제가 없다는 그의 단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논란에서 이명박 정권을 변호하는 논리는 대충 세가지다. 하나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딱한 현실에서 직접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코자 사업을 추진한만큼 그 당위성과 충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에너지 발굴사업의 특성상 최소 10년 이상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성과를 지켜봐야지 불과 4~5년만에 결과가 없으니 실패작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또 하나는 추정과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업이라 부분적으로 실패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문제가 된 한 두건을 놓고 전체 사업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다. 이 전 대통령도 “문제가 없으니 걱정말라”며 주변을 안심시키면서 이런 방어논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나타난다.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있는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사업은 앞서 투자했던 미국 수출입은행이 수익성이 없다며 손을 떼기 시작한 시점에 추진됐다. 당시 광물자원공사는 이사회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 ‘사업이 부실 덩어리’라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투자를 강행했다. 총 2조원을 쏟아붓고도 수익을 내지 못해 결국 4년만에 200억원대 헐값에 매각되는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 유전업체 ‘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우려가 나왔다. 당시 석유공사 이사회에서는 부실사업체로 의심하는 발언과 리스크에 대한 걱정들이 나왔지만 공사측은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일축했다. 사업 추진을 전후해 참혹한 결과를 경고하는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무시하고 질주하다가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당시 정부는 자원외교에 강한 의욕을 보인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공기업별로 ‘자주개발률’을 할당했다고 한다. 하명을 받은 해당 공기업마다 서둘러 사업 발굴에 나섰고 성과 경쟁을 하다보니 옥석 구분없이 해외 투자처를 물색하고 서둘러 진도를 나갔다. 장래가 불투명해진 사업은 손실을 보더라도 도중에 정리하고 손을 떼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예 가망이 없는 사업조차도 밑빠진 독에 물 붇기 식으로 운영비를 퍼부우며 연명시켰고 혈세는 기하급수로 새나갔다. 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장기 프로젝트로 갈 사업을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결과를 감지하고도 추가 투자를 강행한 것이 자원외교를 총체적 부실에 빠트린 결정적 실책인만큼 사업의 당위나 특성을 참작해 면책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문제가 없다’는 발언은 다분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 되는 것이다. 

다만 “자원외교가 정쟁이 돼서는 안된다”는 그의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현재 이 문제가 정쟁이 되는 것은 여야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야 협의로 자원외교의 전말과 책임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설 때 이 사안은 비로소 소모적 정쟁에서 생산적 과업으로 진화한다. 여당이 막대한 국부유출 혐의를 받는 이 문제를 외면하고 방패를 자처한다면 자신의 자원발굴 노력이 정쟁이 되기를 원치않는 이 전 대통령의 희망까지도 외면하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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