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개혁,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법개혁,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11.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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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헌성 <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장> 

우리는 정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의 감정을 거슬리지 않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설득 능력의 부재로 국론분열을 야기시키고 때론 다른 나라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지 못했던 선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고위관료나 정치가들은 왜 설득의 기술을 갖추지 못하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받은 권위주의적 가정교육 탓인지, 주입식 학교교육으로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탓인지, 상대를 눌러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지나친 경쟁사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비난과 공격으로 첫 문을 열기 일쑤였다.

요즈음 뜨거운 감자가 된 ‘공무원 연금개혁’ 또한 과거의 국론분열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당사자인 공무원을 설득하기 위한 단 한번의 대화도 없이 연일 언론을 통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단순한 금액 차이만을 부각시켜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이 또한 설득능력의 부재로 인한 결과로 그 책임은 정부와 새누리당에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며칠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공무원에게 고통분담과 애국심을 언급하며 맞아죽어도 공무원연금개혁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100만 공무원의 노후를 무참히 짓밟고 자신이 희망하는 삶을 살겠다는 이 말을 들은 일선 공무원은 이제 분노를 넘어 투쟁을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설득력 없는 일방적인 공무원연금법 개혁은 공무원과 정부, 새누리당간 관계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기보다는, 격렬한 투쟁의 대상으로 만든 상황임을 새누리당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설득의 기술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공감’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고통이나 부담을 지우는 것을 설득하려할 때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상대의 고통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다.

현재 진행중인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에서는 이러한 ‘충분한 공감’이 전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학계나 전문포럼에서 나오고 있다.

국론이 분열됨으로써 나라가 위기에 몰렸던 사례를 보자.

과거 조선시대 붕당정치는 학문을 서로 다양한 입장에서 연구 및 해설하고 견제하면서 나라를 잘 이끌어보자는 취지로 생겨났다.

1583년 이이는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지만 어느것이 합당하냐는 원칙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은 뒤로 묻힌채, 동인과 서인의 세력다툼이 되어 버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0년 후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조선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 이후 훌륭한 임금이 있었음에도, 붕당정치로 우리나라 근대화가 늦어져서 일제 식민지를 겪게 되었다. 

이러한 폐해를 안겨준 붕당정치의 이면에는 자신의 힘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왕비까지 바꾸어가며 붕당을 이용한 임금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충분한 공감’을 통해 당사자 설득을 먼저 시도했더라면 국민들 간의 싸움, 분열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설득이 전제되지 않은 공무원연금의 현 상태이며, 설득의 능력을 갖춘 ‘진정한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라 하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방적인 공무원연금법 발의를 철회하고 공무원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여 설득력있게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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