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나리꽃·백합과)
매트릭스(나리꽃·백합과)
  •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 승인 2014.11.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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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올봄에 과학동아리 학생들과 같이 백합과를 검색한 적이 있다. 그중에 백합을 무척 좋아하는 학생이 매트릭스라는 식물을 선택해 구입하고자 했다. 매트릭스를 구입해 화분에 심자 붉은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지만, 열매는 그냥 떨어져 버리거나 씨를 잘 맺지 못했다. 몇 개의 열매를 주워서 말려두었다. 다음해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싶어서인데 씨로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구입한 것이 구근이었듯이 씨는 이미 퇴화해 다시는 생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충북과학교육연구원에서 주로 활동하는 과학교사동아리 모임인 샘나의 사진전에 출품하려고 이름을 먼저 보냈더니 많은 선생님이 웃으면서 “신종이냐?”라고 물어보았다. 샘나는 주로 야생화의 화분, 꽃, 열매 등의 사진을 찍어서 전시하며, 과학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오송바이오엑스포와 같은 곳에서 일반 사람을 위해 과학적인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많은 선생님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열중하는 모습이 매우 좋다.

매트릭스는 유통 명이다. 나리꽃의 일종이다. 도감에 있는 나리꽃과는 꽃만 비슷하지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잎이라든지 꽃의 색깔, 키, 꽃봉오리의 위치, 수가 다르다. 그래서 이런 종을 품종 또는 재배종이라고 한다. 형질이 고정되지 않아서 변이가 심하다. 그래서 하나의 종으로 고정되기는 어렵다. 나중에 하나의 형질로 고정되면 품종에서 종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백합과의 품종은 2,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한택식물원의 한쪽 백합과 영역에 가면 수많은 백합이 피어 있다. 그 이름도 다양하다.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등록된 것도 있고 그냥 변이를 발견한 사람이 붙인 이름도 있다. 매트릭스는 상당히 알려진 품종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금방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학교 화분에 제법 많은 구근들이 만들어졌다.

덴마크 하면 생각나는 꽃이 튤립이다. 왜일까? 튤립이 덴마크의 원산지일까?

덴마크는 많은 품종의 튤립을 보유하고 있고 그 구근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튤립은 1550년 직후 투르크에서 유럽으로 전달됐다. 덴마크에는 나중에 전해진 것인데 튤립 열풍에 의해 구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거품경제를 만들었고, 거품이 사라져 심각한 타격을 주었던 식물이다. 이 구근들은 다 변종이나 품종이다. 아름다운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점점 삶이 풍요해지면 화훼산업도 발전한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큰 화훼거래소를 가지고 있다. 축구장 8개를 합쳐놓은 크기란다. 유럽 화훼산업의 중심이 된 지 오래되었다. 튤립의 종류만 해도 3만 종 정도 된다고 하니 놀라운 숫자다. 물론 대부분 품종이나 변종일 것이다. 끊임없이 교잡을 통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가는 능력이 놀랍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많은 씨앗을 구입하고 구근들을 구입하고 있다. 또 로얄티를 주는 장미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매트릭스’는 영화의 제목이다. 많은 사람이 영화의 제목으로 생각한다. 매트릭스라는 이름을 주어서 아름다운 백합꽃을 만들었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게 됐다. 물론 유통 명으로 학문적인 가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학생이 한쪽에 있는 매트릭스의 구근이 어떻게 생겼나 파보았다. 신기하고 재미있게 쳐다보는 학생에게 구근을 몇 개 주었다. 매우 기뻐하는 그 학생의 맑은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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