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은 국민의 몫이 아니다
나라 빚은 국민의 몫이 아니다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11.1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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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청렴이 대한민국을 바꾼다.’ 

충북 청주시에 건립된 청렴연수원 건물 전면에 세워놓은 석물(石物)에 써놓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글이다. 

“아빠는 엄마 사랑해?,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도 사랑해?” 어린 딸의 물음이다. 

“그럼 엄청 사랑하지.” 딸 아이아빠의 대답이다.

“말로만.” 딸의 묵시적 반응이다. TV속 부녀간의 대화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자신의 장례비와 밀린 공과금(公課金)을 가지런히 남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60대 독거노인의 사연이다.

대한민국 노인의 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국가 중 1위이다. 그것도 아주 압도적 1위로 알려지고 있다. 상당수 노인들의 건강상태,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 

지난해 치러진 대선(大選)당시 여권이든 야권이든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말뿐인 노인이 행복한 나라’ 가 되었다.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헝클어 놓았다. 잊을만하면 발생되는 상대적 빈곤이 낳은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총체적 빚더미가 공기업이 진 빚을 포함해 무려 1000조원에 이르렀다. 보통사람들의 경우 가계빚이 단돈 몇십여만원만 되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이로 인해 가정파탄은 물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허나 나라의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는데도 몇몇 공직자들은 국민이 낸 세금을 눈먼 돈인양 아무 거리낌없이 마구 써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돈(money) 받은 것은 사실이다. 청탁의 대가는 아니다. 개인적인 비용으로 사용했다’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투의 억지항변이 야기되고 있다.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이며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는 기득권자의 행태에, 나라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주는 비정상적인 작태가 속출하고 있다. 비리가 적발되어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설상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나라의 빚이 늘어난 것은 국민의 탓이 아니다. 나라의 빚을 국민에게 전가(轉嫁)해서는 안된다. 나라의 빚을 갚는 일은 국민 몫이 아니다. 나라의 빚이 늘어난 것은 정부 및 위정자의 잘못이 크다. 특히 정치권을 비롯해 오랫동안 누적된 비정상적인 관행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국부의 유출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도권의 무능, 부패, 비리가 나라의 빚을 키웠다. 역대 대통령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제도권 전반에 걸쳐 도덕적 빈곤이 바닥을 드러냈고 당연히 도덕적이어야 할 지도자의 철학적 프레임(frame)이 없음이다.

인간이 소유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도덕적 가치가 커다란 위협을 받게 되었다. 더이상 방기(放棄)하다가는 후대에게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줄 것이다. 

‘시장지상주의의 도덕적 결점은 탐욕이고 이 때문에 무책임하게 위험을 무릅쓰는 사태가 발생된다.’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를 즐기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학교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지적이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차다. 곳곳에 붉게 물든 풍요로운 가을이 저물면 기나긴 겨울추위가 이어질 것이다.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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