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발로 차면 아프다
뒷발로 차면 아프다
  • 이영숙 <시인>
  • 승인 2014.11.1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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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영숙 <시인>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과 악한 것을 찾아오너라.”

왕이 두 신하에게 내린 답으로 두 사람이 똑같이 가져온 것은 사람의 ‘혀’이다. 말 한마디로 사람의 생사를 주관할 수도 있으니 혀가 지닌 괴력은 불문가지다.

요즘 어울림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강좌를 듣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이지만 늘 누군가의 콘텐츠를 탐닉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면의 감성을 터치하여 긍정적 말하기를 유도하는 이 수업은 문학작품을 통한 공감과 소통대화법이다. 

이 강좌에서 배운 ‘말하기’ 텍스트를 참고하여 본 수업 시작 전 학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주저없이 ‘말’이 나왔고 한 학생은 창의적인 생각을 더하여 사람의 말과 타는 말이 똑같다는 주장을 세웠다.

“선생님, 사람의 말과 타는 말은 똑같아요. 사람의 뒷말과 타는 말의 뒷발은 아프거든요. 말이 거칠면 똥냄새도 심하고요.” 

전혀 다른 동음 이의어로 공통점을 찾아내고 스스로들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일제히 환호하며 수업에 박차를 가한다. 사람도 상대방이 없는 데서 뒷담화를 하면 타는 말의 뒷발질처럼 깊은 상처를 남긴다. 상대가 없는 뒷말과 타는 말의 뒷발질 성격은 똑같다. 

주의환기를 위해 제시한 문제가 본 수업을 장악하며 진지한 토론으로 진행될 때 문득 초등학교에도 철학과 인문학이 필수 교양과목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기성세대의 고정지식 틀에 오염이 덜된 아이들은 돌덩이도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럽게 하는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대학에서는 기존의 축적된 지식이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반죽도 돌덩이처럼 굳게 하는 단단한 고정관념에 묶여 있어서 사고확장이 어렵다. 

성적의 지배를 받는 제도권 교육 안에서 날마다 엄청난 양을 주입만 하고 표현하는 방법과 표현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나마 방과 후 학교에서 진행하는 논술수업은 거세된 사고를 맘껏 풀어내는 활발한 소통의 창구가 된다. 틀을 벗어난 창의성을 지닌 아이들은 그들의 특수성을 말하고 싶어 아우성이다. ‘아이들’이 아닌 ‘아이’로서의 단독성을 발현하며 역동적으로 숨 쉴 수 있는 수업방식이 필요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발사의 외로운 외침이 뒷발로 차는 뒷담화가 되지 않도록 막아놓은 물꼬를 풀고 말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아무리 재미있는 철학이라도 ‘교재’가 되면 시험 성적을 산출하는 지루한 과목이 된다. 

논술은 말을 많이 하는 수업이다. 제시문에 대한 배경 설명과 그에 맞는 적절한 예를 들어 저들의 내면에 가라앉은 생각을 마중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얼마만큼의 어떤 마중물을 부었느냐에 따라 제시문을 해석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다르다.

오늘 논술주제는 제시문 ‘돌쇠놈과 돌쇠네’를 읽고 긍정적인 말하기다. 돌쇠 놈이 산 고기 한 근과 돌쇠네가 산 고기 한 근의 양이 서로 다른 이유를 마음의 저울로 달았다는 것에서 찾아내는 학생들, 어쩌면 그들의 통찰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마음의 저울로 단 무게가 아닐까. 

사람의 뒷말과 타는 말의 뒷발은 무엇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 자신이 부린 혀가 누군가의 마음의 저울에 측정되어 부메랑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말하기는 좀 더 신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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