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버스 타요
꼬마버스 타요
  • 정규호 <문화콘텐츠 기획자> 
  • 승인 2014.11.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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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정규호 <문화콘텐츠 기획자> 

한국교육방송(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인기는 어른들의 예상을 초월할 만큼 하늘을 찌를 듯하다. 상상의 이야기를 통해 동심을 자극하는 <꼬마버스 타요>의 주인공은 대중교통 수단의 대표 격인 시내버스다. 

일요일 아침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에는 사람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시내버스의 정비를 책임지는 여성 정비사 <하니>와 경찰관 정도가 이야기 전달을 도와줄 뿐 줄거리의 핵심을 이끌어가는 것은 시내버스, 즉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대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를 의인화시킨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가 그저 즐거움을 주는 것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꾸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상으로 구현되는 비현실의 세계를 뛰쳐나와 실제로 <꼬마버스 타요>의 모습으로 단장한 시내버스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질주하고 있으며, 그 버스를 타기 위해 어린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있음은 참 경이로운 일이다.

<꼬마버스 타요>의 이 같은 성공은 우리 사회에 의미하는 바가 꽤 크다. 우선 현실적으로 저출산시대, 대중교통의 이용이 외면되고 있는 세태에게 시내버스를 매우 친숙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시내버스를 매우 친숙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 대신, 사람이 만든 기계장치에 불과한 시내버스에 생명을 불어 넣어 인격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은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가 만들어 낸 공동체 의식의 또 다른 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낸 뒤 이를 기반으로 장난감을 비롯한 관련 산업의 매출을 크게 늘어나게 하고 있음은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라는 애니메이션, 즉 문화산업의 대표적 성공 궤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에도 버젓한 질서가 있다. 운전기사 대신 버스를 의인화시켜 갖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음에도 자신의 이상 상태를 진단하거나 고치는 일은 반드시 정비사 <하니>, 즉 인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적 장치가 숨어 있는 것. 또 하나, 법 질서와 경계를 통해 인간사회 최소한의 건강성 유지 역할 역시 의인화된 주인공 시내버스에 맡기지 못하고 사람인 경찰관을 등장시켜 해결함으로써 상상과 현실의 조화를 놓치지 않고 있음도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가 갖고 있는 미덕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고 좋은 이야기라도 기계를 포함한 사물이 모든 것을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을 대신해 사물에 감성을 불어 넣어줌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일은 상상력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알록달록한 버스를 등장시키면서 헤드라이트를 비롯해 심지어 앞 유리창의 와이퍼를 이용해 갖가지 표정을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는 친절하고 훈훈한 이야기의 감동을 통해 서민의 발 시내버스를 어린이에게 훨씬 친숙하게 만들며 거리를 좁히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꼬마버스 타요>는 값비싼 외제 장남감과 당당하게 겨루며 관련 산업의 부흥을 견인하는 동시에 콘텐츠의 해외 수출을 통해 문화강국의 위상을 한층 드높이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21세기 새롭고 가장 중요한 먹거리로 부상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야기(스토리텔링)와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문화콘텐츠가 갖고 있는 힘은 이처럼 인간사회의 질서 유지에 큰 도움을 주는 장점이 있다. <꼬마버스 타요>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을 통한 도심 교통난 해소에 다른 어떤 홍보활동보다 더 커다란 효과와 친숙함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문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는 문화콘텐츠의 무한 능력은 문화경제학이라는 개념으로 연구되면 그 영역을 갈수록 넓혀가고 있다. 다만 문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는 그 콘텐츠가 보편적으로 확산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은 이후에 비로소 가시화될 수 있다. 그러기까지는 그 시간은 조금 더디게 진행되면서 차분히 기다리는 일과 함께 완성도 역시 갈수록 높여가야 하므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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