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 편향-왜 행동하지 않는가?
부작위 편향-왜 행동하지 않는가?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11.0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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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한국시리즈로 열기를 더해가는 야구장. 초접전인 경기의 결정적 순간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는 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접전인 경기의 결정적 순간엔 심판이 휘슬을 평소의 절반 이하로 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괜히 파울을 선언해서 경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심판의 행동 편향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현상을 ‘부작위 편향(不作爲 偏向·Omission bias)’이라고 부른다. 이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생각하는 손실회피 편향과도 통하는 심리적 기제이다. 부작위란 작위적 또는 인위적의 반대 의미로 인위적인 행동 없이 지금의 생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행동을 하지 않으면 책일질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작위적으로 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부작위 편향은 행동을 중지하든 실행하든 폐해를 불러올 수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대개 행동을 중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자신이 행동하지 않으므로 인해서 발생한 폐해는 덜 해로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뭐 나 때문에 발생한 피해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작위 편향의 기저에는 도덕성 판단과도 관련이 있다. 심리학자 Spranca는 두가지 사례를 갖고 도덕성 판단 실험을 했다. 테니스 선수인 John은 그의 강력한 라이벌과 내일 시합을 앞두고 있다. 첫번째 사례로 John은 그의 경쟁자 선수가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라이벌 선수에게 알레르기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권했다. 두번째 사례에서 John은 라이벌 선수가 잘 모르고 알레르기 성분이 든 음식을 가지고 식탁에 왔고 John은 그 음식에 알레르기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라이벌 선수에게 말하지 않았다. 결국 그 선수는 알레르기로 인해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위의 두 경우 어떤 행동이 더 비도덕적인가? 필자를 비롯해 독자 대부분이 전자가 더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라이벌 선수가 알레르기를 일으켜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결과는 같은데도 말이다. ‘행동하지 않은 책임’이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책임은 행동을 했을 때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부작위 편향을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때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것 때문에 혹시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안조차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복지부동’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 공무원조직은 이런 ‘부작위 편향’이 타 조직에 비해 심한 편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공무원으로서 경력이 쌓일수록 행동을 하는데 있어 조금씩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복장, 말투, 표정 등등에서 이성과 합리가 묻어난다. 이와 더불어 ‘부작위 편향’도 점점 생활 일부분이 돼가고 있다.

문제는 나의 이런 행동편향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가?”, “나는 진정 이 사회의 진보에 공헌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15년 정도 남은 공직생활, 부작위 편향으로 더 단련될 모습을 상상해 본다.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을 느끼며 1968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대규모 학생운동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해 내걸었던 슬로건이 가슴에 다가온다. 

“만약 당신이 해결의 일부가 아니면, 당신은 문제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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