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필요한 건 군민이다
변호사가 필요한 건 군민이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4.11.05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영동군이 대중골프장 조성사업에 실패한 대가로 15억원이 넘는 혈세를 날리게 생겼다. 영동군은 지난 2008년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공동으로 황간면 일대에 47만1000㎡ 규모 대중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했다가 부지 확보에 실패하며 사업을 포기했다. 체육공단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와 도시계획시설변경 용역 등에 든 투자비 11억63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영동군은 1심에 이어 상급심에서도 잇달아 패소했다. 대법 상고 기회가 남아있지만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어줘야 할 돈도 투자비 원금에 1심 패소 당시까지 이자 2억8200만원을 포함해 14억4500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들인 소송 비용에 상대측 변호사 비용까지 떠안게 되면 15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체육공단은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협약을 지키지 못한 영동군이 전적으로 사업무산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군이 협약을 믿고 투자한 파트너의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군에 배상 책임을 물었다.

공단 주장대로 이 사업은 군이 결정한 1차 골프장 예정지가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부적합’ 판정을 받은데 이어 2차 예정지마저도 사유지 매입이 불발되면서 실패작이 됐다. 군은 애시당초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한 부지를 가지고 체육공단과 협약를 한 꼴이 됐다. 협약 전에 환경청과 협의만 했더라도 걸러지거나 보완·유보될 사업이었다. 환경청 심의라는 절차를 과소평가하고 밀어붙인 무대포 행정의 대가치고는 참담하다.

불과 수년전 공무원이 유류보조금과 사업비 등 17억여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고가 잇달아 터져 혈세 손실에 더해 전국적 망신까지 당한 군민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당시 도지사까지 나서 사과할 정도로 파장이 컸지만 군청에서 어느 누구 관리책임을 지는 사람없이 6급이하 직원 몇명을 징계하는데 그쳤다. 군민들은 이번만큼은 책임 소재를 엄정하게 가려 앞으로 무리한 사업 추진과 예산집행이 없도록 단도리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골프장 건 뿐만이 아니다. 장기 표류 중인 영동산업단지도 무모하고 무능한 행정이 시발점이 됐다. 현재 ‘부정당업자’로 제재받은 시공사가 행정심판을 제기해 공사가 중단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2012년 첫 입찰부터가 문제였다. 이 입찰은 낙찰 업체가 토목공사 물량산출을 위해 낸 질의에 대해 영동군이 비공개로 회신한 것이 빌미가 돼 법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당시 군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호언하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완패했고, 낙찰권 승계를 둘러싼 소송까지 이어지며 1년 이상을 허비했다. 법원이 명백한 업무과실을 판정했지만 사업 지연과 소송비용 등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지않고 넘어갔다. 영동산업단지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소송이 계속될 공산이 높다. 소송결과에 대해 합당한 문책이 따를 지 지켜볼 일이다. 

기공식까지 한 상태에서 재검토에 들어가 현재 안전성 검사가 진행 중인 와인터널도 지리한 소송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라도 나오면 줄소송에 엄청난 혈세 낭비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군은 불안전한 지형에 터널을 설계한 책임을 묻고 낭비된 혈세를 환수하겠다는 각오부터 미리 다져두기 바란다.

영동군은 얼마전 변호사를 정원외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군단위 지자체가 변호사를 고용한 것은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충북에서도 기초단체로는 유일하다. 송사가 많아 변호사가 절박한 영동군의 사정은 이해하겠지만 미숙한 업무로 이런저런 소송을 야기해놓고 또 다른 혈세로 변호사를 고용해 대처하는 행정은 낯 두껍다. 수시로 주머니를 털리는 군민들을 대신해 공직에 법적 책임을 물어줄 변호사부터 고용하는 것이 먼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