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이 비겁한 이유
충북도교육청이 비겁한 이유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11.0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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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애가 있는 것도 서러운데 차별까지 받으니 한숨이 절로 나네요.”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34회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한 선수단이 4일 경기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한 넋두리다.

제8회 전국장애학생체전도 함께 열리는 터라 경기장 곳곳을 돌아봤는데, 이따금 마주치는 선수들 부모 역시 단단히 뿔이 났다.

충북도 등 도내 자치단체는 물론 교육기관까지 엘리트체육과 동등한 대우는 고사하고 장애인체육을 되레 홀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인이 가장 싫어하는 ‘차별’이라는 단어를 그들이 먼저 꺼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자체 등이 엘리트 체육에 보인 사랑과 관심의 정도가 장애인 체육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탓에 상대적 박탈감까지 생기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제주에서 막을 내린 전국체전만 봐도 체육회 관계자들이 기관장들을 영접하느라 비지땀을 흘릴 정도였다.

바꿔 말하면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간을 감수하며 제주를 찾은 인사들이 꽤 많았다는 얘기다.

충북도에서는 이시종 지사와 정정순 행정부지사, 각 실과장이 격차를 두고 선수단을 찾았고, 김병우 도교육감과 참모진, 일선 학교장들도 경기장 곳곳에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인천 장애인체전에는 설문식 정무부지사와 도교육청 박종칠 행정관리국장만 선수 격려에 나섰다. 

5일 지역 언론에서 장애인체전에 무관심하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도에선 행정부지사가, 교육청은 교육국장이 뒤늦은 인천행에 나선다고 했다.

기자가 선수단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꽤 큰듯하다.

초등부에서 고등부까지 수많은 장애학생이 이를 악물고 시합에 열중하는데, 교육당국이 보인 관심은 그저 체면치레에 가까운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 교육감부터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교육계 수장이기에 반나절만 시간을 내 충북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장애학생들의 차가운 손 한번 잡아줄 법도 했지만, 이마저도 그는 인색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 교육감의 따뜻한 손길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엘리트 체육 꿈나무보다, 운동으로서 아픔을 잊고 희망을 찾으려는 장애 꿈나무들에게 더욱더 큰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모든 행사 일정을 간소화했다”는 말로 김 교육감의 인색함을 희석하려는 충북도교육청의 핑계가 얄팍하다 못해 비겁한 이유다. 

한 체육계 원로는 “차별 없는 교육정책을 펴겠다는 교육감이 가장 민감한 장애인 문제에 있어 스스로 차별성을 두는 꼴이다. 결국, 의식의 문제 아닌갚라고 꼬집었다. 

김 교육감이 언짢을 수 있는 충고지만, 진정성을 갖고 고민했으면 한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신뢰가 많이 깨진 판에 바닥까지 추락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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