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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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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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니 암적인 존재가 되어부렀어요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추석연휴가 끝나고 우리 사무실에 우울증 괴담이 등장했다. '우리도 한번 우울증 검사 한번 해봅시다', '아니 갑자기 웬 우울증 검사!', '이 기사좀 보세요. 남의 일 같지 않잖아요!'

이렇게 우울증 괴담은 시작되었다. 요지는 민주노총 소속의 금속연맹 사무처 상근자 30여명을 상대로 해 우울증 조사를 했는데, 이중 절반이상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 그런데 사실은 우리 사무실 내에서도 다를 바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단 그래서 우리도 우울증 검사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우울증 검사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있으니 바로 '건강검진'이다. 우리 민주노총 상근자들의 생활 모습, 아니 내 모습만 돌이켜 보더라도 내가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눈곱만치 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피폐해진 생활상과 고통을 들여보노라면, 조그만 20~30명짜리 노동조합 설립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조파괴전문 브로커를 대하노라면, 언론에서 쥐잡듯이 민주노총을 몰아칠때면, 더욱더 거대해진 자본과 그 들러리에 불과한 정치권력이 계속해서 노동법을 후퇴시킬 때 무기력해진 우리를 보고 있노라면, 땅부자 1%가 토지의 57%를 소유하고 있고, 또 그것을 통해서 전체노동자들의 임금보다도 그들의 지대수입이 더 많다는 사실을 접하노라면, 우리는 피폐해지고, 우울해지고, 술을 찾는다.

너무 서럽다! 이렇게 가만 있어도 서러운데, 사회는 우리들 서러움에 기름을 붙는다. '당신은 월급 얼마나 받나요. 네! 정도 받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받고서 생활이 되겠어요. 아참! 민주노총은 뇌물도 많이 받지! 생활하는데 별문제 없겠네요.'라고 법무부 소속의 한 교정공무원이 구속된 우리 조직부장에게 빈정거렸다.

그것도 교도소내 사무실에서 가석방 심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우리는 졸지에 암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서 노동운동을 하다 구속된 전력이 있고, 그래서 가장 노동자를 잘 안다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부가 OECD에 보낸 보고서의 '죽음에 이르는 파업전략'이라는 소제목의 문장에서 '하나의 암(scourge, 암 혹은 천벌)은 민주노총과 같은 일부 노동조직이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과도한 노동운동이다'라고 했다.

그래선가. 충청북도 교육감은 미스충북 선발대회와 면사무소 개소식에는 참석해도 전교조와의 단체협상 자리에는 나오지 않는단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탄생한 노동자들의 권리, 사회법적 권리임에도 도통 인정되지 않는 사회분위기 속에 가해지는 유무형의 조소와 조롱, 멸시에 수많은 노동운동가들은 병들어간다. 단지, 기본권을 외친다는 혹은 자본의 이윤논리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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