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자 심리분석
가을 남자 심리분석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10.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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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깊어가는 가을, 남자의 계절 가을! 재촉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외롭고, 옛 추억이 가슴 저리게 생각나는 가을이다. 매년 오는 가을이지만 올해 가을은 더 유난히 깊고도 쓸쓸하며 가슴 시리다. 

왜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할까?

물리학적 입장에서 남자가 가을을 타는 원인은 태양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데 있다. 지구가 둥근 관계로 추분을 정점으로 가을이 되면 태양은 남반부에 더 가까워진다. 따라서 북반부에 사는 대한민국 남자들은 태양이 주던 따스함을 덜 받게 된다. 햇빛을 적게 받으면 뇌에서 세라토닌 생성을 감소시키고 이것이 우울감을 만든다고 많은 연구에서 보고하고 있다. 또한, 어둠이 증가하면 머리에서는 멜라토닌을 과도하게 생성해 졸림과 무기력함을 조장하게 된다. 그리고 멜라토닌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저하시켜 남성이 여성적인 취향에 사로잡혀 감성적으로 변한다. 그리하여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온갖 상념에 사로잡히고, 옛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쓸쓸히 낙엽 길을 홀로 걷게 하며 노천카페에서 책을 읽게 만든다. 

남성호르몬의 저하는 그만큼 밝은 기분보다는 쓸쓸함과 고독함이 밀려오게 한다. 반대로 여자는 봄을 탄다는 것도 사실은 겨울 동안의 적은 햇볕을 보다 봄이 되어 빛의 양이 점점 증가함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적 입장에서 계절이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이 싱숭생 우울해지는 변화를 계절성 정동장애(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 또는 계절성 우울증이라 부른다. 이런 증상은 한여름의 햇볕이 가득한 시기를 보내다가 갑자기 햇볕의 양이 감소함으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에서부터 심각한 우울감까지 남녀 구분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유독 남성이 가을을 탄다고 하는 이유는 남성 중 이시기를 제외하곤 우울증의 유병률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이 오는 시기에 SAD 증상을 겪는데, 증상으로는 무기력함, 우울감, 권태로움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집중하기 힘들고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급격한 식욕의 변화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불면증이나 수면 중 자주 깨는 등의 수면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보통은 계절이 깊어지면서 뇌도 그것에 적응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지만 유난히 계절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심각한 우울증, 대인 기피, 과도한 식욕으로 비만도가 증가하거나 심지어는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1년 중 11월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가 SAD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이 겪는 가을 타기는 대부분 일시적인 것으로 지나가지만, 계절성 우울증을 쉽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술에 의지하기보다는 하루 30분 이상 햇빛을 충분히 쐬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운동을 통해 땀의 배출과 신경을 분산시킬 수 있는 취미생활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SAD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가을은 남자에게 탈모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철 환절기는 일반적으로 탈모 증세가 심해지는 시기다. 여름철 자외선으로 손상됐던 모발이 가을철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면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마음이 허전하고 발밑에 뒹구는 낙엽으로 더욱 쓸쓸한데 소중한 머리털까지 잃은 남자는 가을을 탈 수밖에 없다. 비록 머리가 빠지고 남성호르몬이 줄어들지라도 남자에게 가을의 고독함과 쓸쓸함이 없다면 인생의 고즈넉한 맛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이 가을, 비 내리는 가을날, 쓸쓸함 한잔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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