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뭉친 7인방 `외사범죄 달인'
똘똘뭉친 7인방 `외사범죄 달인'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10.2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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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방경찰청 최고의 복병 국제범죄수사대

국내 체류 외국인 전체인구의 3% 육박

범죄도 갈수록 다양화 · 광역화 · 조직화

베테랑 수사관 맹활약 … 국제범죄 고삐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3%에 육박하면서 한국사회는 ‘단일민족’이란 수사가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다.

충북만 봐도 체류외국인이 2만 9000여명. 외국인의 도내 유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까닭에 덩달아 외국인 범죄도 늘고 있다.

‘외사범죄의 달인’이 모여 있는 곳, 충북 경찰의 숨은 복병 국제범죄수사대를 찾았다.

충북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성격이 털털하기로 소문난 ‘야무진 여경’ 구연순 경감(51)이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사통’ 이장표 경위(52),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생산자 이승봉 경위(28)의 찰떡궁합은 수사대의 버팀목이다. 치밀한 전략과 고도의 기법을 자랑하는 ‘전문수사관’ 이종일 경사(44), 기획수사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는 김상현 경사(42), 자로 잰 듯 정확한 판단력의 소유자 김병성 경사(39), 명석한 두뇌를 갖춘 ‘똑순이 여경’ 장미영 경사(38).

갈수록 다양화·광역화·조직화하는 외사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똘똘 뭉친 ‘베테랑 수사관 7인방’이다.

마약, 해외성매매 등 국제범죄 소탕은 물론 첨단산업기술유출사범 적발까지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분야가 없다.

“내국인 범죄와 달리 외사범죄 수사는 애를 먹어요. 워낙 폐쇄적인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보니 첩보수집단계에서부터 비질 땀을 흘리게 마련이죠.” 수사파트에서만 27년을 지내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구연순 대장도 외사범죄에서는 ‘엄살’을 핀다.

두터운 신뢰를 쌓아 외국인 정보원을 확보하고 주머니를 털어 술잔을 기울여 첩보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신파극’과 같다.

알음알음 귀동냥 끝에 범죄첩보를 입수해도 사실확인 과정이 ‘산 넘어 산’인 탓에 말짱 헛것이 될 때가 부지기수다.

첩보서류는 어느새 서랍에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잠을 자고 있다.

“항만조차 하나 없는 지리적 특성 탓에 수사 활동이 어려워 실적이 저조할법하지만, 실적은 꽤 좋은 편이에요.”

눈치만 살피던 맏형 이장표 경위가 너털웃음을 지며 넌지시 자랑을 꺼낸다.

이들이 만들어낸 굵직굵직한 성과물을 보면 잘난 척할 만도 하다.

3년간 국가핵심기술인 리튬이온 2차 전지 생산설비 기술을 빼돌려 3000억원을 받고 해외로 유출하려한 일당 4명을 붙잡아 쇠고랑을 채웠다. 자칫 막대한 국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을 해결한 것이다.

13개 업체와 짜고 불법체류 외국인을 취업시킨 후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동향을 파악해 단속을 피한 48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들이 세운 실적은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결과만 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외사수사 치안종합성과평가에서 전국 16개 지방청 가운데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과정에서 선원들이 해경을 폭행하는 사건이 비단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저희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가 자주 있어요.” 훤칠한 키에 매서운 눈매를 가진 김상현 경사가 조심스레 건넨 말이다.

수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마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온순한 이들이 많지만, 때로는 위협감을 주는 못된 외국인도 심심찮게 만나곤 한다.

국제범죄를 주제로 한 국내 유명 영화에 나오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섬뜩한 흉기를 몸에 지니고 있는 범죄인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외국인을 체포하다 보면 어느새 건장한 체격의 남성 수십여명에게 둘러싸이는데,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다.

“수사하다 보면 사정이 딱한 외국인도 보게 돼요.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의 속사정을 읽어주노라면 어느새 친구가 돼 있어요.”

구 대장은 취약계층의 외국인 보호도 수사대가 마땅히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한국인과 결혼해 경남 통영에서 신혼생활을 하던 베트남 여성이 외국인 허위초청 범죄에 연루돼 입건됐다. 부모에게 보낼 돈 300만원을 주겠다는 꾐에 넘어간 게 화근이 됐다.

수사 과정에서 굴따기 작업으로 이 여성의 양손은 만신창이가 됐고, 남편의 폭력으로 온몸은 멍 자국으로 얼룩진 사실을 알게 됐다.

구 대장은 여성에게 가정폭력 신고 처리 절차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도움 요청 방법을 단단히 일러줬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여성의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함께 울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정한 파수꾼, 국제범죄수사대 7명의 요원은 외사범죄에서 내외국인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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