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꾸만 ‘딴 짓’하고 싶다
나는 자꾸만 ‘딴 짓’하고 싶다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10.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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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한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인생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고, 이야기를 듣고 나면 더 재미난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그래서 모르던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한방에서 자게 된 소녀들의 수다도 재미있고, 기차 옆에 앉은 할머니의 이야기도 구성지다. 한명 한명 삶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속엔 평범함은 없었다.

사람을 사귀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우연히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30대처럼 보이는 50대 아저씨.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시나 죽어라 늘지 않는다고 표현하시는 그분은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즐기고 사람을 좋아한다. 영어학원에서 만나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보다 훨씬 젊게 사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그분을 통해 나는 더욱 신기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탈리아 요리를 잘하는 카피라이터, 자전거를 잘 타는 수석편집장 등등.

그리고 도서 ‘나는 자꾸만 ‘딴 짓’하고 싶다’(이기진 저·웅진서가)의 저자를 소개받았다. 2NE1 리더 씨엘 아버지로 더 알려진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때 나는 작가강연회에 초빙할 작가들 섭외로 하루하루 애타는 시간을 보낼 때였다. 물리학과 교수라는 직업 이외에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러 분야 책을 냈던 그의 이력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글 쓰는 직업 이외의 다른 분야 전문직업을 가진 작가를 섭외하고 있던 나에게 행운이 찾아온 듯했다. 나는 당연히 작가강연회를 기획했고, 섭외를 했으며 강연회를 앞두고 시기적절하게 새 책도 출간됐다. 

그 책이 ‘나는 자꾸만 ‘딴 짓’하고 싶다’이다. 이 책에는 물리학자 이기진의 딴 짓이 가득 들어 있다. 여행하거나 공부하러 간 곳에서 사 모은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골동품들의 이야기부터 두 딸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동화책 이야기, 주드로가 반해서 사갔다던 로봇이야기까지.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과학자일 것 같은 예상이 깨지는 순간들이 펼쳐진다.

책을 펼치자마자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다”라고 로봇 소파에 도자기를 가슴에 안고 빨간색 바지를 입은 털북숭이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그렇다. 인생은 길다. 우리는 하루에 24시간을 살아가고 그 시간을 쪼개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잔다. 가끔은 딴 짓도 하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그런 일들도 해보고 그래야 우리 삶도 좀 쫄깃해지지 않을까? 일상이 지치고 반복되는 생활들이 지루할 때 한번 쯤 다른 사람의 삶도 지켜보면 좋지 않을까? 내가 잠시 딴 짓을 한다고 해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스릴 넘치는 내 미래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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