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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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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의 부당성
오 헌 세 <논설위원>

지난 9월22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공권력에 의해 공무원노조 사무실(이하 '사무실')이 불법적으로 폐쇄된 오욕의 날로 대한민국 노동조합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날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지침에 따라 전국의 185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부사무실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 선관위, 국회, 법원 등 251개 지부 사무실을 공권력 등을 동원하여 강제폐쇄하려 하였지만, 조합원과 연대단체의 강력한 저항과 지자체 장들의 행자부 장관의 지시 불이행, 원주시지부가 원주시를 상대로 춘천지법에 제출한 '행정대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의 인용 등으로 당일 전체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82개 지부사무실을 폐쇄하는데 그쳤다.

결론적으로 행자부장관이 사무실을 폐쇄하지 않는 지자체에 대하여는 지방교부세(이하 '교부세') 삭감과 행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지자체 장들을 협박하였지만, 지자체 장들의 이성적인 판단과 공무원노조 및 연대단체의 강력한 저지 등으로 행자부의 의도는 불발로 끝났다.

이날 아침 6시 용역깡패의 구로구지부 해머 침탈로부터 시작한 폭력은 노점상 단속반까지 동원한 종로지부, 용역깡패로 지하실에 단전 단수와 소화기까지 뿌리며 침탈한 마포지부, 벽을 뜯어낸 부산본부와 울산남구지부, 의자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필사적으로 저항한 청주지부, 쇠장도리 등을 동원하여 문짝을 뜯어낸 청원·음성지부, 유리창을 부수고 침탈한 진천·괴산지부 등으로 이어졌고, 용역깡패의 지부장 폭행, 연대단체 연행, 임산부 실신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이날 204명의 변호사, 교수, 공인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공노가 설립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단체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더욱이 정부의 노조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 처분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자율성 보장은 노사관계의 기본이다. 노조가 노조설립 신고를 할 것인지 여부는 노조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관계법 어디에도 노조 설립신고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고, 그 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불법단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대집행법은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공법상의 의무, 즉 대체적 작위(代替的 作爲)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그 불이행을 방치하는 것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만 행정대집행이 적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 이전에 관한 일은 '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 10. 23 판결)

또한, 5년여 동안 기관장의 허락 아래 평화롭게 사용해 온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지 않는다고 하여 공익에 심대한 해가 가해질 것이라 볼 수도 없다(춘천지법 2006 9. 20 결정). 그렇다면 이번 노조사무실 폐쇄조치는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헌법재판소(2006. 3. 30. 선고)가 밝힌 바와 같이, 행자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대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누누이 말하고 있다. 그 말이 단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국민이 믿게 하려면, 정부는 공무원 노사관계의 사용자로서 전국공무원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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