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리더십 아닌 화합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통합 리더십 아닌 화합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4.10.16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최근 우리 사회는 갈등, 반목, 분열 등 어찌 보면 좌우 대립이 심했던 해방이후의 시대처럼 참으로 말 많고 요동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퇴보 현상을 두고도 보수와 진보의 의견은 보는 시각부터 다르고 북한문제, 세월호 문제 등을 다루는 시각과 방식도 너무 상이하다. 분열 보다는 합일이 당연히 좋지만 말이다.

문제는 정치적이면서도 사회전반적 현안으로서 현 상황 해결관리의 키를 쥐고 있는 지도자의 인식과 해결역량이 자꾸 안타까운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단인 즉, 현 정치지도자들이 주장하고 자주 언급하고 있는 ‘통합’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의 리더십이 통합을 향한 리더십이라면 잘못된 리더의 통치 이념이라는 판단이다.

세월호 문제의 처리 등에서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들어서서도 모두가 잘 알다시피 반대쪽 의견은 협의 대상으로 존중되는 것이 아니고 무시 내지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현 지도층이 언급하고 있는 統合(integration)이란 용어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統合이란 하나의 전체 집단을 이루어 모든 구성원이 규범, 가치, 신념 등을 공유하며 소속감을 갖는 것이라고 에밀 뒤르껨(Emile Durkheim)이 얘기했지만 정확한 의미는 다른 문화, 종교적 배경을 가진 집단구성원 상호간 개방적 관계의 통합(integration)이라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이념과 가치, 규범으로 통일된 집단이 되는 통합(consolidation)이 아닌 것이다. 統合의 현상적 본질은 統一이 아니다. 변화가 빠르고 심한 動적인 시대에는 統合은 和合(harmonic combination)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견 없이 통일화된 주장과 이념은 나쁘지 않다. 억지로 강요된 것이 아니라면. 특히 전쟁과 같은 위급의 시기에는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강요된 사고, 하나의 주장과 판단이 통일된 의견이 좋다는 미명아래 통치철학이 되고 기본적 인식관이 된다면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갑갑해지고 위태해지기까지 될 수밖에 없다. 가까운 곳에서 이러한 위험한 단일성을 살펴보자.

필자가 많은 관심을 갖고 가끔씩 접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있다. 필리핀, 베트남 등 각각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국에 시집을 와서 살고 있는데 때때로 부적응자가 생기고 이혼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우리 사회의 부적응자를 살펴보면 남편과 시부모, 사회의 편견, 좁은 아량, 그리고 본인들의 노력 부족 등이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을 받아드리는데 있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주여성 다문화 가족들의 문제가 되고 있는 문화적응의 해결에 있어 해답은 다문화주의의 인정이었다. 즉 모국의 문화를 버리고 새로운 한국의 문화만을 받아들이는 同化현상을 주장하기 보다는 양쪽 문화를 같이 받아들여 가능하면 병행하는 것을 스스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인정하자는 생각을 말한다.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는 필연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강도도 심하다. 이러한 변화시대 최고 지혜의 세계관을 알려주는 노자 선생은 ‘도덕경’ 제2장에서 有無相生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어려움과 쉬움, 있음과 없음은 모두 상대적 관념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서로 모순된 관계가 아니라 相補的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산의 정상은 산골짜기가 있기에 존재하며 산골짜기는 그 윗부분이 있기에 존재한다. 서로를 포용하고 있기에 하나의 산이 되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요컨대 변화의 시대,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하나의 통일된 신념, 가치를 내세우는 統合(consolidation)의 리더십이 아니고 발해나 청나라, 아니 어느 국가의 융성시대에는 나타났던, 서로를 인정하며 소통으로 포용하는 和合(harmonic combination)의 리더십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