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진화
직지의 진화
  •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예술부장>
  • 승인 2014.10.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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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예술부장>

청주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속활자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간행한 역사를 지닌 자랑스러운 도시다. 

직지는 지난 2001년 청주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회의에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청주시는 세계기록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기리기 위해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 제도를 마련했는데, 당시 필자는 직지상 제정의 필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문했던 사람이어서 지금도 뿌듯하다.

이로써 청주는 명실상부한 기록유산의 중심이며,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을 간행한 창조성을 대표하는 도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직지상 시상과 함께 청주가 <직지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도시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지니기 위해 만든 것이 직지축제로 그 시작은 2003년이다.

그 해 처음 열리는 직지축제의 총괄 기획과 연출을 맡았던 필자는 직지가 현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역사적 정당성과 가치외에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고민을 거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필자는 본질적인 것들의 가치판단은 학계의 몫으로 남겨두면서 금속활자가 지니는 사회적 반향에 초점을 맞추면서 (금속활자를 만든)창조성과 책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전달의 혁명성을 축제의 두 가지 핵심 패러다임으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돋움에서 펼침으로>를 첫 직지축제의 주제 카피로 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많은 사람들로 부터 호응과 찬사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주제 <돋움에서 펼침으로>에서 <돋움>은 금속활자의 돋울새김과 축제를 통해 청주의 위대한 역사와 창조성을 처음으로 전 세계에 알리는 발돋움의 의미가, 그리고 <펼침>은 책을 간행하는 행위를 통해 청주의 정신을 널리 펼쳤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직지의 세계를 알리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 당시 필자는 참 당돌한 생각을 많이도 했다. 그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보름달을 만들어 밤하늘에 띄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나는 노란색 애드벌룬에 전구를 집어 넣어 청주의료원 건물 위로 떠오르게 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와함께 여럿의 불안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의 사회를 직지가 만들어진 곳에 세워진 흥덕사지 부근 흥덕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에게 맡기면서 직지의 미래 희망을 의미하는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 후로 11년의 세월이 흘렀고, 2014년이 된 지금 필자는 다시 첫 문을 열었던 직지축제의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직지축제를 준비하면서 벅찬 가슴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일 모레, 10월 15일부터 10월 19일까지 닷새동안 열리는 <2014청주직지축제>는 올해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대규모 축제와 행사의 대단원을 맺는 시기적 의미가 있다.

<위대한 탄생>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직지축제는 역대 축제와 마찬가지로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중심으로 축제를 만들어 가는 주체와 객체의 구분없이 모두가 즐기고 체험하는 축제로 준비되어 있다.

특히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행사는 직지를 모티프로 삼는 미디어 아트 특별전으로, 금속활자를 주조하고, 이를 한 자 한 자 인쇄하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첨단 디지털 기술로 진화하는 새로운 도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가 나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 연세대 교수가 펼치는 직지의 미디어 아트 세계에는 금속활자의 역사적 가치와 물질적 의미를 뛰어넘어 지식정보화에 가장 앞장섰던 한민족의 가능성을 첨단 디지털 기술로 선보인다.

금속활자는 물론 한글창제에 이르기까지의 창조적 과정을 LED 매트릭스와 광섬유, 디지털 활자체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는 <직지 미디어 아트 특별전>은 미래에의 도전과 멈추지 않는 창조정신을 통해 진화하는 청주를 실감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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