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통제하려는 사회
문화예술을 통제하려는 사회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3)>
  • 승인 2014.10.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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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3)>

11일 막을 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화제를 모았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구조과정의 문제점을 다룬 것으로 이번 영화제의 초청작이다. 

‘다이빙벨’이 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것은 내용이 아니라 상영 중단 요구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 시장이 정치적이라며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원회와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은 계획대로 두 차례 상영됐다.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영화제가 유례없는 압력을 받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으로 부산시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중단되거나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일부에서 ‘다이빙벨’ 상영 시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인했다. 

정권이나 기관이 문화예술 부문을 통제하는 수단중 하나는 예산이다. 과거 독재시절에는 저항 작품을 강행하기도 어려웠다. 예산을 지원받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정권이나 기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작품을 고집하면 여지없이 예산지원이 중단됐다. 예산을 받지 않는 문화예술단체라면 도와주는 기업체나 기관에 압력을 가했다.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 법정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 

예산으로 문화예술을 교묘하게 통제해 왔던 과거의 전철이 ‘다이빙벨’을 기화로 다시 시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이와 비슷한 일이 충북도의회 예결특위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9월말 충청북도 추경 예산안 심의에서 새누리당 소속의 예결위원들이 진보성향의 문화예술단체들에게 지원하는 5건의 문화예술 사업비 전액을 삭감하려고 한 것. 추경에 반영된 사업은 해당 상임위인 행정문화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통과된 것이다. 예결위에서는 상임위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예산도 집행부와 충분한 질의답변을 거친다. 

그런데 이들 예산에 대해서는 아예 질의조차 없었다. 예산을 삭감하려는 타당한 이유도, 다른 예산과의 형평성도 찾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것 저것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깎으려던 ‘기획 삭감’이었던 셈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사유는 단 한 가지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펼치는 사업이라는 것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다행히 예산 삭감은 막았지만, 이런 발상과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두렵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예술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집권세력이나 특정 집단의 입장에 따라 문화예술을 통제하는 것은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국민들의 문화충족 욕구를 짓밟는 것이다. 

또 문화예술은 국가의 경쟁력과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예술은 그 나라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고 억압한 경직된 정권이나 세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양한 성향과 장르의 문화예술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미래를 보장받지도 못한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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