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4.10.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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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학교만 졸업하면 공부가 끝나는 줄 알았다. 졸업만 해봐라 마음껏 놀아야지 굳게 다짐했지만 취업을 해도 공부는 끝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끝없는 배움에 대한 무게감에 한숨과 불만을 성토했지만, 언제부턴가 배운다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배우는 사람이 있다면 나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나’를 위해서 배운다는 것은 공통된다.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는 “많은 공부와 지식이 곧 지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였다. 우리 10대들의 공부 스트레스에 대한 해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뱃속 태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태교 영어가 성행하고 조기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은 뛰어놀 시간을 빼앗겨 버린 지 오래다. 이렇게 자란 우리 아이들은 공부라는 숙제를 안고 입학하니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 

무조건 많이 한다고 공부가 되고 지식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배움의 의미와 목적과 가치를 스스로가 깨달을 때 즐거움이 되고 삶의 지혜로 다가오는 것이다.

도서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류한경 지음·조선Books)를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달 동안 엄마와 함께 베네룩스로 여행을 다녀온 은이와 준이는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깨달았다. 

멋진 풍경,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와 색다른 음식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달이라는 주어진 시간 동안 많은 나라를 둘러본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 나라라도 제대로 살펴보고 느껴보기 위해 엄마는 베네룩스로 일컬어지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세 나라를 선택했다.

엄마는 이동 수단과 숙소를 알아보고 일정을 계획하는 동안 아이들은 각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 3국의 작가들이 쓴 동화책을 찾아 읽어보며 여행을 준비하였다. 책을 좋아하는 세 사람인 만큼 도서관 둘러보기가 여행의 주제였다. 

엄마는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고 준비하고 위험하지 않도록 함께 따라다닌 것이 전부였다. 아이들에게 살펴보고 해야 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쉬고 싶다면 계획한 일정에 차질이 생겨도 함께 멈추어 주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그만 타겠다고 할 때까지 함께 자전거를 탔다.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아이들을 다그치지도 무리하게 나아가지도 않았다. 힘들다고 투정부릴 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다독였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 순간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아이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부모로서 좋은 습관, 좋은 추억, 좋은 관계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엄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행은 우리에게 재미있는 것들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눈, 새로운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는 귀, 작은 것에도 감탄하는 마음, 신나는 것들에 더 빨리 달려가게 하는 발을 선물한다. 떠난다는 것은 장소의 이동뿐 아니라 마음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는 엄마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배움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움. 그런 배움이라면 얼마나 즐거울까. 꼭 해외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지 그 배움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 아이들도 모두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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