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야생동물센터에 거는 기대
충북 야생동물센터에 거는 기대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0.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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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완희 <칼럼니스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잠자리들이 하늘을 날고 귀뚜라미들이 깊어가는 가을밤을 아쉬워하듯 처량하게 운다. 메뚜기, 방아깨비가 들판 여기저기서 뛰어다닌다. 들판에 벼 베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먹이활동을 하다 놀란 야생동물들이 찻길로 나온다.

아직 멧돼지들이 도시에 출현했다는 뉴스가 들리지 않지만 산으로 들로 도토리와 밤을 주우러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야생동물들이 놀라 찻길로 뛰쳐나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고라니, 너구리들이 가장 많이 찻길 사고로 죽는다. 도로에 낭자하게 흘린 야생동물의 피는 운전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찻길의 야생동물은 운전자들에게도 위험한 존재이다. 또한 논과 밭에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호랑이, 표범, 늑대가 사라진 우리의 산하에 자연적인 개체 수 조절 기능이 상실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자체들은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 야생동물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순환수렵제를 운영하고 있다. 순환 수렵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마음 한편이 아파진다. 똑같이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엊그제 충북에서도 야생동물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난 2007년 음성군에 설립되었다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2011년 3월 충청북도는 충북대학교와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충북도와 환경부의 지원으로 청주시 청원구 오창에 야생동물센터를 개소하였다.

야생동물센터에서는 접수된 조난 야생동물이 건강하게 다시 야생에서 살 수 있도록 구조, 검사, 치료,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119 응급구조대나 야생동물구조단체, 야생동물 진료기관, 시나 군의 야생동물 담당부서로 신고가 접수되면 구조와 이송을 통해 센터로 오게 된다. 센터에서는 구조된 야생동물의 신체검사,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감염성 질병검사를 통해 치료하게 된다. 치료는 상태에 따라 내과적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후에는 재활훈련과 자연적응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방사하게 된다.

최근 4년간 152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돼 치료를 받았으며 이번에 새로 준공한 센터에서는 40여 마리가 재활 및 야생적응 훈련을 하며 야생생태계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야생동물센터는 야생동물 전문종합병원의 위상에 맞게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여러 가지 감염성 질병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지역 야생동물보전운동을 하는 단체 및 기관 등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야생동물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유비쿼터스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의 삶은 풍요롭지가 않다. 작년 우리나라는 하루평균 40명이 자살을 했다. 우리나라는 OEC D 가입국 중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님을, 미래 비전이 없는 사회임을 반증한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큰 것, 멋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말처럼 야생동물과 풀, 나무들로부터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북 야생동물센터가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주고 행복한 충북을 만드는데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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