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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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4.09.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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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아침에 일어나니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참 좋다. 건너편 밭에 가득 심어져있는 김장배추는 벌써 포기를 안고 있다. 그 옆의 호박꽃은 마지막 결실을 이루려는 듯 멀리서도 눈에 띄게 활짝 피었다. 지난번 양파파동으로 농민들이 힘들었는데 이번 김장배추는 적절한 수요와 공급으로 많은 이윤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며칠 전 잡지책에서 멋진 도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양파파동으로 값이 폭락하자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밭을 엎어버린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전남도청에 무조건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양파 농가를 소개받아 2.2톤을 사들여 즙으로 만들었단다. 그리고 소셜 펀딩사이트를 만들어 팔고 있다는 글을 읽고 참 흐뭇했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이렇다 저렇다 탈도 많지만 때로는 바르고 정직하게 사는 유형이 훨씬 많은 걸 알았다. 나도 두 아이가 벌써 사회로 진출할 나이들이 되었으나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살았으니 무엇이든 잘 해 나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책에서 본 젊은이들에게서는 또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양파파동의 뉴스를 보았다. 어른인 나는 안됐다는 생각에 반찬 준비를 할 때 양파를 더 넣는 정도였는데 젊은이들은 남다른 생각으로 판로를 개척하면서 농가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근원이 뭔지 자못 궁금하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대로 배어나오는 우리 일상의 언어를 생각한 것이다. 엊그제 일기를 쓰면서 요즘 내가 즐겨 쓰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적어보았더니 놀랍게도 부정적이고, 과거 지향적이고 우울한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는 그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거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경제인은 ‘세계최초, 국내최초, 사상 첫’이란 단어를 자주 쓰고, 기자는 ‘충격적이다, 아찔하다, 놀랍다’등을 많이 사용한다. 정치인은 ‘희망과 경제부흥’을 교육자는 ‘꿈과 미러를 상담자는 ‘행복과 사랑’을 시인은 ‘그리움’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람과 만났을 때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직업이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람의 지식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겉모습은 근사한데 그 사람과 얘기를 해 보면 속된 말로 ‘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언어는 우리를 황량한 사막에서 찬란한 별 세계로 날라다 주는 교통수단” 이란 말을 한 사람도 있고 "언어는 사원(寺院)이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혼이 거기에 안치되어 있다” 라고도 했다.

이렇게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자 영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자동차 경적소리에 상념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한가롭게 여유나 부릴 때가 아니다. 오늘은 여성단체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많은 사람들과 하루를 보내고 여러 말들을 쏟아낼 것이다.

오늘 만큼은 밝고 명랑하고 향기로운 언어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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