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8)-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8)-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4.09.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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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직지’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열여덜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3장에 나오는 양기방회 선사가 크게 깨달은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옛날에 양기방회 선사가 자명 화상을 보고 매양 방장에 이르러서 법을 물으매 자명 화상이 말하기를 “네가 스스로 알아라. 나는 너만 못하다.”라고 했다.

양가방회 선사가 간절한 마음으로 법을 배우려고 하더니 어느 날에는 좁은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때 겸하여 큰 비를 만났다. 양기방회 선사가 자명 화상의 멱살을 쥐고 말하기를 “오늘 나에게 말해주지 않으면 화상을 치겠습니다.” 자명이 소리를 가다듬어서 말하기를 “네가 스스로 알아가라. 네가 스스로 알아가라. 나는 너만 못하다.” 양기방회 선사가 그 말에 활연히 크게 깨달았다.

방장(方丈)이란 자명 스님이 계시던 조실 방이다.

법을 묻는 것을 청익(請益)이라고 한단다. 양기 스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자명 화상의 조실 방에 가서 법을 묻고 배우려고 하였다. 그런데 늘 “네가 스스로 알아라. 나는 너만 못하다.”라고 양기방회 스님을 물리쳤다.

그래서 양기 스님이 좁은 길목에서 자명화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비도 억수로 쏟아졌는데 자명 스님이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강제로라도 법을 알려고 앙기방회 스님이 자명 스님을 붙잡고는 지금 법을 말해 주지 않으면 한 대 치겠다고 공갈협박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네가 스스로 알아라. 나는 너만 못하다.”고 날마다 했던 말씀을 하셨다. 그 전에는 양기법회 선사가 깨닫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자명 화상의 법을 이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병이 들어서 한의사를 하는 친구에게 약을 지어 먹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약값을 받지 않아서 공짜로 한재를 지어먹었는데 병이 낫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에 가서 또 약을 지어 달라고 하니까 그 전에 지어주었던 것과 똑같은 약을 지어주었다. 그것을 먹어도 병이 낫지를 않았다. 그래서 세 번째 가니까 그 한의사인 친구가 하는 말이 “약을 공짜로 먹어서 병이 낫지 않으니까 소 한 마리를 잡아내라.”는 것이다. 그 사람은 병이 나을 욕심으로 소 한 마리 값의 돈을 치르고 약을 지었는데 그전의 것과 똑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먹고 병이 나았다.

지금 양기 스님이 꼭 그런 격이다. 양기방회 선사가 깨닫기 전에 자명 스님에게 법을 물으면 “네가 스스로 알아라. 나는 너만 못하다.”고 늘 말했는데 그때는 깨닫지 못하고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이 세 번째 지어준 똑같은 약을 먹고 병을 고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깨닫게 되었다.

우리 몸과 마음은 언제나 함께할 것 같은 존재의 동반자이다. 그러나 육체가 마비돼버리는 루게릭병 같은 것에 걸리면 ‘나’라는 자아에게 지상 최악의 감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정신이라는 그 무언가를 통해 몸을 움직이고 제어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는 전문가의 말이다. 즉 양가방회 선사가 깨달은 것처럼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해라. 자신보다 우월해 보이는 그 누구든 너만 한이 없다는 것일 게다. 이는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하자. 삶에 있어서 내가 주체이고 스스로가 주인이라는 깨달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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