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공광규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 옛날, 아주 옛날 사람들은 햇살이 오랫동안 대지에 고여 황금이 되었다고 생각했다지요. 가을이면 거리마저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를 보고 시인도 별빛을 생각합니다. 별들이 총총 빛나도록 밤마다 닦아주던 이파리들이 순금으로 물들어가는 모습 말입니다.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겠지요. 오늘 당신은 누구를 위해 별 닦는 나무가 되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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