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깃장을 놓지마라
어깃장을 놓지마라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9.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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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주임신부 <음성 감곡매괴성모성당>

얼마 전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수사권 및 기소권 요구에 대해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러한 근본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이라며 유족과 이를 지지하는 야권의 주장을 정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때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가족대책위는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하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거론하면서 “국민에게 한 ‘무한한 책임’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서로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국민을 볼모 삼아 서로 자기주장에 매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바, 즉 소신과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지켜서 우기는 고집을 구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진실하라, 진실하라 말하면서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하늘 앞에 부끄럼이 없는 정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성경에 보면, 고집 센 어린이들의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쪽에서 피리를 부니까 장례식 놀이를 하고, 장례식 놀이를 하려고 하니까 결혼식 놀이를 하며 피리를 부는 행동을 합니다. 그것은 어깃장을 놓는 행위입니다. 삐딱 선을 탄 고집불통의 어린이를 통해 바로 우리의 속을 보게 하는 비유입니다. 마음이 오그라든 사람들이 목이 뻣뻣하게 있는 한 공감이나 소통을 이룰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남이 잘되면 축하해 주고 어려움에 처하면 같이 아파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고 시기질투의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잘못되면 고소해 하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나의 잇속을 챙기며 사람들로부터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최고가 아니라 최고처럼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야 국민을 위한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탓하지 말고 맑은 하늘을 보며 ‘하늘의 그물은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고 비판하며 자기 구미에 맞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웃의 불행에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완고한 마음을 버릴 때입니다. 주어진 고유한 능력과 권한을 남용하지 말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잘 사용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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