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수다에서 뒹굴다
정치, 수다에서 뒹굴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4.09.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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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모처럼 만난 가족들끼리 핑퐁대화가 오고가단 갑가기 썰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간에도 주장이 센 한 둘 목소리에 뜨악해지는 경우, 그 주제는 영락없이 정치입니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야야, 정치 얘긴 하지 말자 우리 얘기나 하자” 며 정치얘길 비껴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고 못 말리게 똑 소리 나고 주장이 강한 아줌마군단에 속했으며, 100세 시대의 허리인 5학년의 선발주자로서 가끔은 정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며칠 전 만난 언니 동생 대여섯 명이 마주 앉아 정치 얘기로 한바탕 했습니다.

“아유, 이시종지사가 능력이 없어 일을 못 한다네” “능력이 없다니 무슨 능력, 일을 못하긴 매일 출근한다던데” “그게 아니고, 윤진식 후보랑 고소고발 중이런 “아니, 윤의원은 쿨하게 끝내지 못하고 왜, 지사님 발목을 잡는다냐” “발목은 무슨. 친구잖아 본인들이 아니고 가족이나 측근이겠지” “아닐 걸. 아마도 당 차원일걸” “그래도 이시종지사가 야당이라 예산이 적다던데...” “무슨, 국회가 언제 제대로 열리기나 했나 두고 봐야지” “국회나 도의회나 일은 안 하고 쌈박질만 하니” “시비 거니 그렇지. 오늘아침 기사 봤냐. 야당이 추락 하더라, 하마 내 속이 다 시원타” “야, 정치 얘긴 하지 말자” “안 하긴 왜 안 해, 분통 터지는데, 수다로라도 풀어야지” “하긴, 세월호 사건이 터진지 얼만데, 아직도 거기에 발목 잡혀 있으니, 지친다 지쳐” “아, 지겹다. 이젠 세월호 얘기만 들어도 지겨워” “야야, 그러지 마,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다 잊혀지고 다시 반복 되는 거야” “너는 신문이나 방송 보구두 그런 소리가 나오냐. 야당들이 여당 붙들려고 유가족들 부추겨서 특별법이니 뭐니 해서 이 지경 된 겨” “내 참, 참사를 철저히 진상 규명 한다며, 하지만 지켜보니 진상규명이 안 되는 것 같으니 그렇지” “그래, 수사권 기소권 유가족 지원을 특별 조사위에 주어야 진상규명을 믿겠다는 거잖아.” “도대체 왜, 뭘 못 믿겠다는 건데. 대통령이나 여당이나 입장이 있고, 사정이 있겠지. 방법이 좀 다르다고 진상규명을 못 믿겠다는 게 말이나 돼” “그러지 마 나는 여자대통령이라서 섬세 할 수 있으니라 기대 했어 그런데 꽉 막혔어 정말 불통인가 봐, 아니,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을 포함한 정부 모든 관계자가 스스로 수사를 받겠다고 한다면, 간단한데 왜 못하지” “너는, 말이 되는 말을 해라. 수사권을 달라니, 여당이든 청화대든 마음대로 조사하겠다는 건데, 국가가 유지되려면 성역이라는 것도 있잖아 것도 모르면서 이러다가 나라가 세월호 꼴 나면 어쩌려구” “그래도 이 시끄러움을 끝내려면 대통령이 웃어른처럼 나서면 좋을 텐데, 나는 왠지 새누리당과 일부국민 뒤에 대통령이 숨어있단 느낌야” “아무려나 우리나라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새 역사를 쓴다더니 쥐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 “아마도 정말 국민을 생각하는 국민당은 없다고 봐야지” “ㅋㅋ 정치가 드라마처럼 재밌고, 드라마 보다 뻔하지”

자주 만나는 사람끼리는 그 성향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중도인지 어느 정도 보입니다. 하여 배려심 때문에 국회나 도의회처럼 정치적인 싸움은 안합니다. ‘정치적인 사람’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니 모든 만남이 정치적일 필요는 없습니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뭔 감투건 하나라도 쓴 사람이라면 공익을 가장한 사익의 발톱을 숨길 때가 많아 은근 경계하게 됩니다. 그래도 갈등과 분열의 끝에는 미래가 없으니, 넝쿨처럼 어깨를 함께 걸어야 큰 벽을 넘기는 것이겠지요. 언니 동생과 다시 차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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