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강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9.17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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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거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산 빛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초록으로 뒤덮였던 산들이 멀리부터 점점이 발그레 물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산빛이 붉어지니 강이라고 붉어지지 않을 수 없겠죠. 이른 가을날 무심천을 걷다 보면 볕의 기울기 따라 풀도 나무도 불긋불긋 가을을 탑니다. 숱한 울음들로 수놓여지고 있는 가을, 자리 툴툴 털고 잠시만이라도 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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