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와 인생에 대하여
탁구와 인생에 대하여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09.17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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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요즘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사교와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탁구를 배우고 즐긴다.

대부분 스포츠가 성별 연령별 차이가 있고, 즐기려면 적잖은 기회비용이 드는데, 탁구는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운동이라서 마니아층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탁구는 탁구공과 탁구라켓 탁구대와 탁구네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경기를 할 수 있고, 특히 실내운동이라 밤낮에 구애받지 않고, 눈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덥거나 추워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운동이다.

또한 기량에 따라 남녀가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고, 노소의 구분이 딱히 필요 없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며 서민운동이다.

골프 볼링 테니스 배드민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비구입비도 저렴하고, 지역마다 사설 탁구장도 많고 주민자치센터마다 탁구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월 3만 원 이하의 회비만 내면 한 달 내내 즐길 수 있는 저비용 운동이란 특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눈 깜짝할 사이에 넘어오는 상대의 공을 숨 돌릴 틈 없이 받아 넘겨야 하므로, 집중력과 운동 강도가 매우 높은 고효율 운동이다.

탁구는 인생사와 같다.

탁구공이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가볍고, 가장 값이 싸고, 밟히거나 움켜쥐면 으스러진다고 얕보지 마라.

키 작다고, 힘없다고, 무식하다고, 돈 없다고 무시하다가 낭패를 보듯. 탁구도 이와 같아서 여자라고, 늙었다고, 폼이 어줍다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강호에는 고수들이 별처럼 많다.

잘 나간다고 인기 있다고 자만하거나 거만 떨다 추락하듯, 탁구 좀 친다고 목에 힘주거나 거들먹거리면 웃음거리가 된다. 탁구 기술은 끝이 없고, 숨은 고수가 도처에서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익은 벼가 고개 숙이듯 겸손하게 임해야 한다.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인관관계에서도 자세를 낮추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듯, 탁구도 뻣뻣한 자세로 치면 공이 영락없이 밖으로 나가거나 네트에 쳐 박힌다. 자세를 낮추어야 상대의 공을 공격하거나 받아낼 수 있음이다.

내공을 길러야 한다.

제 머리를 믿고 공부를 게을리 하면 좇아오는 이에게 쉬 추월당하듯, 탁구도 좀 친다고 우쭐해 하다간 어느 날 접고 치던 하수에게 덜미 잡힌다.

하수를 배려하라.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듯이, 탁구 좀 친다고 초보자나 하수하고 치는 것을 꺼리는 자가 있다. 어린세대가 성장해서 노인세대를 부양하듯이, 초보와 하수가 성장해야 탁구판이 풍성해 지는 법. 초보자나 하수들이 원하면 싫은 내색하지 말고 성심을 다해 받아주라.

맞수는 적이 아니라 축복이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게 아니다. 상대가 없는 텅 빈 탁구장은 무덤과 같다. 라이벌로 인해 집중력이 강해지고 경쟁력이 향상되듯, 호적수가 있다는 건· 맞수가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이다. 더욱 우의를 돈독히 해 상생하고 윈윈하라.

즐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다. 스코어에 연연하지마라. 진정한 승자는 져도 행복한 자다. 지면서 실력이 늘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내공도 깊어지는 즐기는 탁구가 최고의 탁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탁구공이다.

선수의 기량과 내공에 따라 변화무쌍한 게 탁구공이다. 번개처럼 휙 지나가기도 하고, 회오리처럼 돌기도 하고, 테이블에 팍 가라앉기도 한다. 상대의 구질에 맞게 공을 치지 않으면 엉뚱한 데로 튀고 만다.

마치 말괄량이 길들이듯 조심하고, 집중하고, 사랑해야 탁구공도 길들여진다.

인생이 탁구와 같고, 탁구도 인간사와 같으니, 탁구공 주고받듯 신나고 즐겁게 서로 사랑하며 살 일이다.

탁구가 그대를 부른다. 어서 가자 탁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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