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어른을 위한 마법의 순간
책 안 읽는 어른을 위한 마법의 순간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4.09.15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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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고향의 도서관에 근무하니 옛 친구를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L과는 일주일에 한번은 만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의 일상은 단조롭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 후 집에 가면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주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조심스럽게 ‘책은 읽고 있니?’ 하고 물으니 ‘눈도 침침하고, 책만 읽으면 머리가 아파서 거의 읽지 않는다’며 살포시 웃음 짓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

13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연평균 독서량을 9.2권으로 발표했는데 친구는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서관 이용자중에도 본인 책 보다는 주로 어린이 책을 대출하는 부모가 많다. “나는 명색이 관장 친구인데 도서관 회원증은 만들고 책도 좀 읽어야지?”하며 도서관으로 이끌었다. 친구는 “글자 수 적고, 쉬운 책으로 골라줘” 하며 마지못해 우리 도서관의 고객이 되었다.

친구에게 어떤 책을 골라주어야 책 읽는 부담이 덜하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될까 고민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도서 ‘마법의 순간’(파울로 코엘료 저. 자음과모음)을 골랐다. 십년 전,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느라 힘들 때 우연히 작가의 저서인 ‘연금술사’를 읽었는데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라는 글에 강한 울림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때로는 짧은 글에 깊은 감동을 받고,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

‘마법의 순간’은 저자의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 모음집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해 짧지만 단호한 메시지를 전한다.

요즘 카카오 스토리를 통해 혜민스님의 글을 읽으며 이기심과 미움, 원망, 질투를 내려놓는데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 혜민스님이 있다면 브라질에는 파울로 코엘료가 있다. “좀비란 당신과 한 자리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입니다.”라는 글을 읽고 잠시 충격을 받았다. 대화중에는 가급적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무심코 휴대폰을 보게 되는 나는 좀비인 것이다.

“만약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세상에 모든 이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란 없으니까요.”어릴 땐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랐던 적이 있다. 마흔이 지나면서 ‘열 명중에 한 두 명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진리를 생각한다. 물론 그 중에 2~3명은 나에게 무관심할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자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다.

친구에게 추천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구절들이 새록새록 와 닿는다. 이런 류의 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가볍다며 혹평을 하지만, 머리가 어수선해서 정리가 되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

뾰족했던 마음은 어느새 둥글둥글해지고 단순, 간결해짐을 느낀다. 글과 잘 어우러진 카툰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인기로 많은 사람이 글을 올리는데 반복되는 일상보다는 무언가 여운이 있는 짧지만 울림이 있는 글을 올리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지 않아 독서의 깊이가 없거나 책만 보면 잠이 오는 지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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