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사회의 진정한 리더층
그들은 우리사회의 진정한 리더층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4.09.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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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엊그제 만난 한 지인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저런 얘기 도중 열을 올리며 말한다. “세월호 유가족들 이제 그만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구겨진 장사가 아직까지 제대로 펴지지 않고 있다고 얼굴까지 구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피로감’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평상시 야당 성향의 정의감을 사뭇 보여왔던 사회단체 한 여성활동가도 “아무리 슬프다 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그들의 지지층은 무엇을 원하는가? 돈의 배상이 아니고 거짓 없는 철저한 진실규명이란다. 악착같이 수사권 및 기소권을 가진 특조(진상조사위원회)을 원하는 것을 보면 의심할 수 없다. 진짜 조사는 조사 받을 측이 아니고 조사할 측이 선임하는 특검(장수)이 수사권·기소권(칼자루)을 가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그것을 원하는가? 죽은 아이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구해주지 못한 부모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벗고 일반 국민 누구도 똑같은 참사를 당할 수 있기에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몰인간성 현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일체의 물질적 배상을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이들의 말은 진실성이 있다.  

유가족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단식 동조투쟁도 치열하다. 이미 수만 명의 동조 단식 지지자들의 노력이 있고 세월호특별법 제정 관련한 2차 여야 합의 이후의 여론조사 결과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53.7%, ‘수사·기소권 필요하다’는 인식도 58.3%로 나와 희망의 싹이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과연 진실규명을 위한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이 가능할까?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대의(代議)정치 지도층의 생리를 알고 있는 이상, 그리고 필자가 절실하게 믿고 있는 에버렛 로저스(Everett M. Rogers)의 ‘확산이론’과 제프리 무어의 ‘캐즘(Chasm)’ 논리상 절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확산이론에 의하면 일반적인 사회구성원은 크게 5개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혁신적이고 모험심을 갖고 있는 ①혁신자 그룹(2.5%), 비교적 혁신적이며 대중의 리더층에 속하는 ②조기수용자 그룹(13. 5%), 실용적이고 신중한 ③조기다수 그룹(34%), 다소 보수적인 ④후기다수 그룹(34%), 그리고 혁신을 진짜 거부하는 ⑤지각수용자 그룹(16%)이 그것이다. 문제는 ②번과 ③번 그룹 사이에 간단하지 않은 확산과정의 절벽(캐즘)이 있는데 이것의 극복이 무지 어렵다는 것이 제프리 무어의 주장이다. 해결방안은 혁신 아이디어가 완전완비한 것이어야 하고 조기다수 그룹을 설득하는 조기수용자 그룹의 역할과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세월호특별법 제정문제에서도 이러한 캐즘의 해결이 관건인 셈인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어려운 이것은 정치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왜인가? 현 정치지도층은 사회구성원 구분상 대중의 리더층인 ②번 그룹 일원이라 볼 수 있지만 서민의 발전과 민주화에 진정한 애정이 없는 형식적인 리더층이기에 이들은 전 사회의 68%에 해당하는 ③, ④그룹을 시대 개혁(국가개조) 차원에서 리딩하는 것이 아니고 기득권 보존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픈 사실은 전 사회의 68%, 즉 대중에 해당하는 ③, ④그룹은 ①, ②그룹과 달리 주도적이지 못한 채 혁신성보다는 평상성을 선호하며 대중매체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그야말로 일반 대중이기 때문이다.  

정도전과 같이 서민의 애환을 겪고 본 적이 없어 체질 자체가 다른, 형식차원의 현 정치지도자층은 그들의 문제점을 파헤칠 세월호특별법의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리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허용한다면 역사가 바뀔 수 있는 일이다. 개혁이 일어나는 셈이다. 과연 가능하겠는가? 결국 어렵지만 ③, ④그룹을 설득하여 확산을 쟁취하는 수밖에.

세월호 유가족의 끈질긴 투쟁,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①, ②그룹에 속하는 단식동조 참여자들과 후원자들, 그들은 우리 사회를 개혁코자 하는 진정한 우리시대의 실질적 지도층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들의 끈질김에 깊이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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